'싸이월드'에 '버디버디'까지 1세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컴백 시동을 걸었다. 추억이 방울방울 맺힌, 감성이 흘러넘치다 못해 축축한 글과 사진 그리고 35억원 규모의 도토리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마음에 자신의 옛 아이디를 찾는 문의가 늘었다고 한다. 박효신의 '눈의 꽃', 프리스타일의 '와이'(Y)와 같은 미니홈피 배경음악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싸이월드에는 지금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찾기 어려운 감성이 있었다. 세상 모두가 행복한 것 같은 느낌은 확실히 아니었다. 뭔가 부족하고, 세련되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야 부끄러움이 치밀어와서 '이불 킥' 하는 그런 감정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더 오래 기억하는 것 같다.
싸이월드에는 행복한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우울하고 절망스러움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어 다들 시인이 됐다. 사랑에 실패하고 이별한 사람 천지였다. 혼자 덩그러니 미니룸을 지키며 '세상 우울함'을 모두 간직한 미니미가 태반이었다. 그래 놓고서는 오프라인에서 깔깔거리며 살았다.
다이어리 쓸 때 혹시나 봐선 안 될 누군가가 볼까 봐 흰색 글씨로 써서 드래그를 해야 볼 수 있게 했다. 대놓고 쓰기는 부끄럽지만 한편으론 봤으면 하는 마음이었으리라. 혼자 오만 가지 슬픔에 취했고, 그 슬픔은 파도타기를 통해 전파됐다.
무슨 일이 있을 때 방명록과 사진첩을 닫고 배경음악을 슬픈 음악으로 바꾸는 건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국룰'이었다. 다 닫아 놓고는 매일 들어가서 누가 일촌평을 새로 썼는지, 나에게 관심 있는지 확인하는 맛으로 사는 시대였다. 허세가 넘쳤고, 오글거리는 글과 사진도 많았다. '퍼가요~♡'가 달리면 좋아했다.
새로 단장하는 싸이월드는 두 가지 버전의 미니미를 지원한다고 한다. 오리지널 버전과 증강현실(AR) 기반 미니미다. 결제는 암호화폐를 적용한다. 버디버디는 아직 구체적인 서비스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단 홈페이지는 다시 열었다.
1세대 SNS 부활과 관련해 취재하고 브라우저에 'cyworld'를 치려다가 '쵸재깅'을 치는 나를 발견했다. 기술은 발달했지만 '사람은 똑같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1세대 SNS가 그 시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모습으로 다시 다가올지 추후 행보가 기대된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