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용자 의식이 신장하면서 소비자 주권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와 다르게 부당한 대우에 의견을 적극 피력하는 행태를 보인다. 게임사의 '무소통 고집 운영'이 한계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단적인 운영 방식을 버리고 운영 고도화 방안을 수립해야 할 시기다.
데브시스터즈는 8일 이용자 반발에 당초 예고했던 '쿠키런: 킹덤' 업데이트를 철회하기로 했다. 쿠키런:킹덤은 구글 매출 톱10에 진입한 인기 게임이다.
예고된 업데이트는 '라떼맛 쿠키' 스킬 수정을 포함했다. 라떼맛 쿠키 스킬은 효율이 좋아 많은 이용자가 라떼맛 쿠키 스펙업을 위해 상당 액수 과금을 진행했다. 데브시스터즈는 라떼맛 쿠키의 '확률업 뽑기' 이벤트를 진행해 더 많은 이용자를 유혹했다.
데브시스터즈는 확률업 뽑기 종료 이틀 전에 해당 스킬이 버그였다며 수정 계획을 공지했다. 이용자는 캐릭터의 성능 가치가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달이나 방치하고 확률업 뽑기 이벤트가 끝나니 패치를 하냐면서 반발했다.
데브시스터즈는 항의하는 이용자 글을 삭제하고 업데이트를 진행 입장을 고수했다. 이용자 사이에서는 사기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게임사가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쿠키를 뽑고 투자를 했지만 게임사 맘대로 언제든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일부 이용자는 불매 운동을 전개했다.
여론이 나빠짐을 느낀 데브시스터즈는 8일 오전 2시, 예정된 업데이트 철회를 발표했다.
데브시스터즈는 “장기간 이상점이 방치되고 진행 상황에 대한 공유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아 답답함과 오해를 드린 점을 사과한다”며 “버그방치와 뽑기 기간 종료에 맞춘 수정 등 부정한 이득을 위해 계산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운영 신뢰를 잃은 뒤였다. 이용자 최씨는 “게임 성능을 보고서 적지 않은 돈을 쓰는데 설명도 없이 성능을 바꾸면 어떻게 믿고 게임을 할 수 있겠나”라며 “게임 서비스 신뢰성이 크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용자가 게임사 운영에 불만을 느껴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쿠키런:킹덤 만의 일이 아니다. 올해 들어서 급격하게 늘었다. 1월 넷마블 '페이트 그랜드 오더' 이용자 트럭시위를 시작으로 게임계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로서 돈을 내고 서비스를 즐기는데 게임사가 그 가치를 보존해주지 않고 소통 없이 임의로 운영한다는 오랜 불만과 불신이 쌓이다 터진 것이다. 게임사가 아이템을 소유하고 사용권리를 이용자에게 부여하는 현 상황이 게임사 임의 운영을 쉽게 만든다며 약관 개선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게임 이용자층이 다양해지고 소비자 의식이 강해짐에 따라 불만을 적극 개진하는 추세”라며 “게임사는 과거 구태의연한 운영행태에서 벗어나 운영 고도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