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AI교육에 대한 단상

선복근 호서대 AI·SW 중심대학사업단장
선복근 호서대 AI·SW 중심대학사업단장

인공지능(AI)는 이제 사회 전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가 됐다. 흔히 교수의 본분은 연구·교육·봉사라고 하는데 교육과 봉사에 좀 더 중점적인 활동을 수행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자로서 평소 생각해 온 AI교육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정리해 본다.

우리에게 '이미테이션 게임'이라는 영화로 잘 알려진 앨런 튜링은 1950년 '계산기계와 지성'이라는 논문에서 자신의 대화 상대가 인간인지 기계인지 분간할 수 없다면 컴퓨터에 지능이 있다고 봐야 한다는 의견으로 AI의 개념적 토대를 제시했다. 이후 전문가 시스템과 인공신경망 등 많은 개념을 만들고 연구가 이어졌지만 현실 데이터의 다양성, 지식 추출의 한계, 컴퓨팅 파워 한계 등으로 지지부진하던 AI는 범용성 GPU의 탄생을 통해 빅데이터 처리가 가능해지면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바둑은 인간을 뛰어넘었으며, 부정적 측면에서 볼 때 현재 딥페이크(Deep Fake) 기술은 이미지, 음성 등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사람이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조작할 수 있는 데까지 와 있다.

터미네이터까지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제도·사회·윤리적 관점에서 많은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AI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개념이 아니다. 요즘은 사물인터넷(IoT)이라는 단어가 익숙할 것이지만 유비쿼터스(Ubiquitous)란 단어도 들어봤을 것이다. 개념적으로 볼 때 두 단어는 동일하다. 이를 언급한 이유는 교육적 관점에서 벌어지는 현상보다는 본질을 파악할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기 위함이다.

스티브 잡스는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코딩”이라고 했다. 100% 동의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코딩을 가르치려는 열풍이 불고 있다. 단 이때 코딩 교육의 방점은 '창의력 향상'에 둬야 한다. 교육이 '코딩'에 방점을 두게 되면 어린 학생들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길 뿐이다. 코딩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 납득이 돼야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할 수 있다. 같은 관점에서 중·고등학교 수학 교육도 마찬가지다. AI 관련 전공자가 되기 위해서는 미분, 선형대수, 확률, 통계 등을 이해해야 한다.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대량 발생하는 현재의 교육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며, 어려운 문제지만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대학의 교육 또한 '왜 AI를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답할 수 있는 교육이어야 한다. AI 기술이 필요하다고 하니 모든 학생이 프로그래밍·알고리즘 등 관련 학문을 닥치는 대로 배울 기세며, 모든 전공이 교과 과정에 AI를 포함시키려 노력한다. 이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학생이 왜 AI를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먼저 찾을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답을 찾을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사회에 대한 이해와 전공에 대한 비전을 탐구하는 것일 수 있다.

전공 분야에 앞으로 AI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멀지 않은 미래 사회의 모든 직업군은 AI로 대체될 영역, AI와 함께할 영역, AI가 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 이 영역은 점점 더 명확하게 나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지금 대학 1학년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에 맞게 될 사회는 지금의 사회와 많이 다를 것이다. 고민해야 할 것은 AI 기술 학습만이 능사가 아님을 인식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해 본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 교육 현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10여년 동안 대학에서 교육자로 재직하며 느낀 개인적 생각으로는 교육자가 스스로 고민하고 변해야 하는 것이 유일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교육 방식, 내용, 교재, 강의 내용, 평가 등 모든 교육 관련 요소의 변화가 필요한 만큼 교육기관과 당국은 교육자가 변할 수 있는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교육은 가르치고 길러야 하며, 학습은 배우고 연습하면서 익혀야 한다. 가르치는 것에 집중하니 단편적 배움에 그친다. 학생을 길러 내기 위해서는 배운 것을 익힐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선복근 호서대 AI·SW 중심대학사업단장 bksun@hoseo.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