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음악 장르에서 '역주행' 이슈가 뜨겁다. 웹툰과 게임 등 콘텐츠 산업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역주행하는 작품이 존재한다. 웹툰과 게임 분야에서 대대적인 마케팅 없이 시간이 지나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대기만성'형 작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선 최근 역주행 웹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스위트홈' '이태원클라스' '경이로운 소문' '나빌레라' 'D.P 개의 날' 등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다시 회자되는 작품들이다. 입소문만으로 서서히 인기작 반열에 오른 작품도 있다.
대표 작품으로 레진코믹스 '불멸의 날들'(작가 허긴개)이 꼽힌다. 이 작품은 지난 2016년 10월 첫 연재를 시작했지만 초반에는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섬세한 작화로 캐릭터 심리묘사를 보여주는 한편 유연한 연출력을 보여주며 수작 반열에 올랐고 연재 시작 4년 만인 2020년에 레진코믹스 웹툰 랭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작품으로 강태진 작가의 시국 느와르 '조국과 민족'도 꼽힌다. 2015년 시작해 2016년까지 총 44화가 연재된 작품으로 완결된 지 5년 가까이 됐다. 이 작품이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했으며 레진코믹스 드라마 장르 2위를 기록 중이다. 대원씨아이가 선보인 '아가씨 뜻대로'는 원작 소설과 웹툰이 동반 상승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2019년 카카오페이지에서 출간한 유송주 작가의 웹소설 '아가씨 뜻대로'는 약 1년 후인 2020년 10월 이를 바탕으로 하는 노블코믹스를 출간됐다.
작년 하반기부터 대원씨아이가 선보인 웹툰 '격기3반'은 웹툰 인기로 덩달아 기존 출판 중이던 원작 단행본 증쇄가 늘고 있다.
게임에서도 '역주행'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출시 초기 대작에 밀려 큰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게임성을 인정받으며 인기몰이를 하는 경우다.
대표적으로 최근 대세 게임으로 꼽히는 '어몽어스'가 있다. 2년 전 해외 중소 개발사가 출시한 이 게임은 '간단한 플레이 방법' '유튜브 홍보 효과' '코로나 언택트 시대' 3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인싸'들이 두루두루 즐기는 데서 전 국민이 즐기는 게임으로 자리잡았다. 지금의 베스파를 만든 '킹스레이드' 역시 입소문을 타고 역주행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당시 킹스레이드는 수집형 롤플레잉게임(RPG)으로서 매우 드물게 캐릭터 뽑기가 없고, 수준급의 모델링과 연출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후 이 게임은 2년간 누적 매출 1000억원을 기록했고, 베스파는 영세 소규모 게임 개발사에서 중견 상장기업으로 거듭났다.
이 밖에도 게임빌 '빛의 계승자'와 넥슨 '카운터사이드'도 출시 후 1년간 끊임 없는 소통을 통해 역주행 기록을 세우며 업계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웹툰이나 게임은 출시 초기에 인기를 끌지 못하면 금방 사장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지만 탄탄한 스토리와 안정적인 작화·친유저 정책 등으로 입소문을 타고 시간이 지나면서 큰 인기를 누리는 대기만성 작품이 등장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상원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slle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