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와 스포츠계의 학교 폭력 선수들이 은퇴, 출장 정지 등 중징계를 받았다. 논란은 연예계에도 불거졌다. 아이돌 그룹 내 집단 따돌림 의혹으로 멤버가 출연이 확정된 드라마에서 하차했고, 모든 광고가 잠정 중단됐다.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는 첫 회부터 역사 왜곡과 동북공정 논란에 휩싸였다. 계속된 시청자들의 폐지 요청과 제작 지원사조차 '광고 중지'를 요청하는 등 거센 반발로 2화 방영 만에 방송계 사상 초유의 일로 폐지 결정이 났다.
이러한 스포츠계와 연예계의 악재 속에서 '브레이브 걸스'라는 그룹의 역주행 소식은 대중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안겼다. 군부대 위문공연 영상이 유튜브에 소개되면서 이들은 역주행의 아이콘이 됐다. 4년 전에 발표한 '롤린'(Rollin)이란 곡이 각종 음원 차트를 석권하고,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도 현재 6관왕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의 뒤늦은 성공 요인은 유튜브 알고리즘과 네티즌들의 기발한 '드립', 댓글 영상의 유행이 합쳐진 결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군부대 위문공연 후 댓글이 대중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백령도 해병대 위문공연에는 12시간 이상 걸렸고, 이튿날 새벽 휴가를 나가는 장병들과 일일이 사진을 찍었다. 간부의 통제에도 괜찮다며 웃음으로 대응했다는 증언에서 보이는 진정성이 크게 작용했다.
진정성(authenticity)은 사전상에서 '참되고 올바른 성질'을 의미한다. 진정성은 정치, 경제, 문화, 산업 등 사회 전 분야에서 큰 화두이다. 제임스 길모어와 조지프 파인 2세는 “사람들마다 진실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진실한 것은 무엇이든 소중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진정성은 스포츠 비즈니스에서도 중요하다. 최고 축구선수 자리를 양분하는 선수가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이들의 실력과 경력은 전 세계적인 팬덤을 형성했다. 2019년 K리그 올스타로 구성된 팀K리그와 유벤투스의 이벤트 친선경기에서 호날두는 달랐다. 특별한 이유 없이 경기에 불참하고, 벤치에만 앉아 있었다. 축구팬들 사이에 '노쇼' 논란이 불거졌고, 호날두를 '날강두'라고 비난했다. 주최사인 더페스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사건은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있었다. 2016년 두산베어스는 통합우승 기념 팬페스트 행사에 팬들을 초청했다. 몇몇 주요 선수들이 행사 전에 자리를 이탈하고, 불친절한 팬서비스 등 태도 논란이 일었다. 선수단 대표가 구단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으나 뒤늦은 대응으로 낙제점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와 반대로 LG트윈스는 2008년 시즌 최하위를 기록했다. 시즌 후 LG트윈스는 부진한 성적에도 팬 성원에 감사하다는 광고를 내보냈다. 우승팀 광고에만 익숙해 있던 LG트윈스 팬들은 꼴찌팀의 광고에서 구단의 진정성을 느꼈다. NC다이노스는 2012년에 창단해서 2013년부터 1군 경기에 참여했다. 2013년에 투수 이재학이 창단 후 첫 완봉승을 거두자 포수 김태군이 마스크를 벗고 정중히 머리를 숙여서 인사하는 장면이 화제를 끌었다. 이재학보다 김태군이 선배다. 스포츠계의 엄격한 선후배 위계질서 아래에서 이 장면은 신생팀의 간절함이 팬들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8년 후 NC다이노스는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모회사인 NC소프트의 대표게임 '리니지'에서 '집행검' 세리머니는 코로나19로 세리머니를 하지 못하게 되자 구단에서 특별히 준비한 것이라고 한다. 이를 본 팬들과 누리꾼들은 크게 호응했다. 외국에서도 화제를 일으켰다. 세리머니에도 구단의 정체성과 팬들의 기호를 진정성 있게 풀어낸 결과다.
21세기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지속가능경영이다. 연예계나 스포츠계 모두 팬을 위해 존재한다. 팬들에게 진정성 있게 선수와 구단이 다가갈 때 팬들은 더욱 열광하고, 팀을 동일시해 팬 충성심이 강화된다. 코로나19는 프로스포츠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의 게임 산업으로의 이탈, 미국과 유럽의 코드커팅 현상 심화는 프로스포츠 비즈니스의 존속까지 위협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짜는 성공할 수 없다. 오직 진정성 있는 선수와 구단, 리그만이 위기 속에서 생존할 수 있다.
변경원 단국대 경영대학원 교수 changewon125@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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