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장영태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부연구단장(포스텍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세포막 지질 특성만을 이용, 살아있는 B세포를 식별하는 새로운 형광분자 'CDgB'를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혈액 세포 식별에는 항체가 주로 사용된다. 세포가 가진 고유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와 항체 결합으로 세포를 식별한다. 하지만 살아있는 상태에서 세포를 식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세포를 투과할 수 있는 작은 크기의 형광 분자들을 이용해 세포를 식별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면역세포 중 B세포(바이러스 등이 들어왔을 때 항체를 분비해 저지하는 세포)와 T세포(병원체 감염 세포를 죽이는 세포)는 체내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 면역치료와 세포 이상을 조기에 파악하려면 두 세포 구분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두 세포는 물리적 특성이 유사해 항체 도움 없이 형광 분자만으로는 구별이 어려웠다.
연구단은 기존 바이오마커가 아닌 세포 자체 차이를 이용해 세포를 식별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생쥐 비장에서 B세포와 T세포를 분리한 뒤 1만개 형광분자를 도입했다. 그중 세포막에서 B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염색하는 형광분자를 발견하고 이를 CDgB라 명명했다.
공동 제1저자인 권화영 선임연구원은 “소수성인 CDgB는 100㎜ 이하 크기 나노 응집체를 형성한다”며 “나노 응집체 상태에서는 형광을 밝히지 않지만, 세포막에 융합돼 B세포와 결합하면 형광이 켜지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CDgB가 세포막 지질 길이 차이를 통해 B세포와 T세포를 구분할 것으로 예측하고 이를 실험으로 증명했다. B세포 세포막은 T세포보다 지질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고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아 더 유연하다. 골수세포에 CDgB를 적용하자 세포막 유연성에 따라 형광 세기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세포막이 부드러운 분화 초기 단계 B세포에 CDgB를 적용하면 강한 형광 빛을 내지만 성숙한 B세포에서는 약한 형광 빛을 냈다. 이후 연구진은 더 강한 형광으로 명확히 B세포를 구분할 수 있도록 CDgB를 개선했다.
CDgB는 탄소분자가 길게 연결된 '탄소꼬리'를 가지는데, 이 꼬리의 길이에 따라 형광의 세기가 달라진다. 분석결과, 탄소 16~18개가 연결된 CDgB 유사체가 높은 B세포 선별성을 가짐을 확인했다.
장영태 부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로 항체 기반 식별 기술을 대체해 살아있는 상태에서 세포를 식별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개발했다”며 “향후 CDgB는 형광 세기를 토대로 세포 이상을 파악하고 질병을 조기에 예측하는 도구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4월 9일(한국시간) 화학분야 권위지인 미국화학회지(저널 오브 아메리칸 캐미칼 소사이어티(JACS)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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