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다음 달 한국 시장에 '모델3' '모델Y' 등 전기차 1만대를 공급한다. 현대차 등 국산 전기차 생산이 지연되는 가운데 국가 보조금 시장에서 테슬라의 독주가 예상된다.
올해 정부가 확보한 승용 전기차 보조금 물량 4만5750대 가운데 테슬라는 올 상반기 실적만으로 1만3000~1만4000대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의 유력 전기차 차종 '모델3'와 '모델Y' 최대 1만대가 이달 말 평택항 등을 통해 국내에 도착한다. 테슬라는 보통 분기별로 한국에 물량을 보내는데 이번 물량은 전 분기보다 두 배 이상 많다. 테슬라가 올해 계획한 한국 배정 물량은 2만~2만5000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이달 초 배 2척에 자사 차량을 선적, 한국으로 보냈다. 운송업체는 현대글로비스이다. 해당 선박은 보통 척당 6800~7400대의 차량(소형 기준)을 선적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모델3(준중형)'와 '모델Y(중형)'가 1만대 이상 실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선박 가운데 1척은 일본(도요하시)를 경유한다. 일본에 투입되는 물량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시장에는 주로 중국 상하이에서 생산된 차량이 공급되기 때문이다.
이번 테슬라의 2분기 물량은 다음 달 초부터 국내 소비자에게 인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국내 모델3·모델Y 예약자가 상당한 만큼 늦어도 6월까지 고객에게 인도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테슬라는 올해 상반기에만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1만대 이상의 판매 실적과 함께 정부 보조금 1200억원(모델3·서울 기준 1095만원) 이상을 가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3월까지 테슬라 차량은 3232대 팔려 나갔으며, 4월 현재 4000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테슬라와 달리 국산차의 생산·출고는 애초 일정보다 늦어지고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5'의 경우 하루 약 400대씩 평일 조업과 주말 특근을 통해 월 8000~9000대 생산을 계획했다. 그러나 최근 전동모터 생산시설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월 생산량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대차는 현재 설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한두 달 내 완전 복구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 'EV6' 역시 7월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고, 쌍용차의 첫 전기차인 'E100' 또한 최근 회사 매각에 난항을 겪으면서 출시 시기가 불투명한 상태다.
현재 전국 지방자치단체별 국가 보조금은 아직 여유가 있지만 다음 달 테슬라 차량이 대량으로 풀리면서 당분간 테슬라가 보조금의 상당 부분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정부·지자체가 확보한 승용 전기차 보조금은 총 4만5750대 규모다. 환경부 예산은 총 7만5000대지만 전국 지자체가 현재 확보한 매칭 보조금 규모가 적기 때문이다.
본지 확인 결과 4월 초 기준으로 1만2944대(28%)의 보조금 신청서가 접수됐고, 이 가운데 5853대(13%) 분의 보조금 지급이 이뤄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부는 전체 승용 전기차 보급 물량 7만5000대 가운데 (지자체가 매칭 보조금을 확보해) 현재 보급하고 있는 4만5750대를 제외한 약 3만대를 올 하반기에 보급이 활발한 지자체로 재분배하는 등 최대한 수요를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신청 후 2개월 안에 차량을 인도해야 보조금을 지급하는 규정은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