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촉감으로 소통하는 텔레햅틱 개발...촉감·질감·소리 97% 동시 전달

국내 연구진이 원격으로 물체를 만져보고 느낄 수 있는 촉감 기술을 개발했다. 외산에 의존하던 핵심소재 개발에도 성공, 세계 수준 성능을 나타내며 차세대 햅틱(촉각 교감 인터페이스) 선도에 한 발짝 다가섰다.

착용형, 피부 부착형, 신경 햅틱 인터페이스를 통한 텔레-햅틱 모식도
착용형, 피부 부착형, 신경 햅틱 인터페이스를 통한 텔레-햅틱 모식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김명준)은 가상·증강현실(VR·AR) 몰입감을 극대화하고 원거리에서 촉감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압전소재를 개발, 센서와 액추에이터로 차세대 텔레햅틱 기술을 제시했다고 22일 밝혔다.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에 지난달 관련 논문이 게재됐다.

연구진은 텔레햅틱 기술로 최대 15m 거리에서 금속이나 플라스틱, 고무와 같은 촉질감을 느끼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대상이 단단한지, 거친지, 부드러운지 질감까지 느낄 수 있다. 앞으로는 털의 부드러움까지 느끼는 기술 개발에 도전한다.

원격에서 촉질감을 느끼려면 센서, 액추에이터, 통신, 구동 드라이버가 필요하다. 연구진은 블루투스 통신을 사용해 획득·재현한 신호가 약 97%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신호 전달 지연이 거의 없다. 센서는 촉각 정보를 수집하고 액추에이터는 정보를 동일 감각으로 복제·재현해낸다.

ETRI 압전센서는 소부장 극복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기존 세라믹, 폴리머 압전소재 대비 높은 유연성을 확보하면서 압전 성능도 세계적 수준이다.

압전 햅틱 액추에이터 이미지(사진 왼쪽), 모식도(중앙), 레이저 표면 속도계를 이용 진동변위측정(오른쪽).
압전 햅틱 액추에이터 이미지(사진 왼쪽), 모식도(중앙), 레이저 표면 속도계를 이용 진동변위측정(오른쪽).

10년 넘게 개발해온 센서·액추에이터 관련 원천기술 덕이다. 압전 액추에이터에는 높은 출력과 변위 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멀티몰프(적층 압전소재 상·하부층 분극 방향을 반대로 해 변위를 극대화하는 방식) 구조를 적용, 최대 11배 변위 차이를 이뤄냈다. 이는 생생한 촉감 재현 최대 요소다.

압전 액추에이터 진동은 손을 올려놓으면 고스란히 느껴지며 위에 올려놓은 너트가 튕겨 나갈 정도로 강력하다.

연구진은 약 30마이크로미터(㎛) 두께 압전복합체 센서로 최대 13채널 패터닝 압전센서를 만들었고 최소 1㎜ 사이즈 압전 액추에이터를 어레이로 제작했다. 향후 대면적화도 용이하다.

개발 기술은 소리까지 전달할 수 있다. 연구진은 ETRI 네 글자를 모스 부호로 전달, 원격 메시지 전달에도 성공했다. 압전소재 특성상 전원 없이 100V 이상 순간전압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연구진은 기술 핵심기술이 △고압전성 유연 복합체 센서 △고출력 멀티몰프 압전 액추에이터 △압전 센서·액추에이터 신호처리 및 구동 △복합 촉질감 데이터 제어 및 무선통신 연동 기술 등이라고 밝혔다.

김혜진 지능형센서연구실장은 “VR·AR 텔레햅틱 기술로 매장 방문없이 제품 질감을 느낄 수 있다”며 “향후 자동차나 장애인 재활, 메타버스 등에 활용될 수 있도록 기술고도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향후 압전소재 기술 배합·공정·구조설계 기술을 고도화해 출력 및 데이터 수집 정확도를 높일 계획이며, 텔레햅틱 분야 기술경쟁력 선점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압전성 복합소재 및 초저전력 적층형 압전 센서·액추에이터 복합모듈 기술 개발'로 수행됐으며, ETRI 주관으로 양태헌 국립한국교통대 교수와 김진용 텍사스주립대 교수팀 공동 연구로 진행됐다.

ETRI 연구진은 기술과 관련해 초박형 압전 스피커 등 7건 기술이전 및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지난해 개최된 '나노 코리아'에서 센서·액추에이터 연동을 통한 햅틱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시연한 바 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