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韓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윤여정, 韓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2021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에서는 '사요나라'(1957년)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두 번째다. 윤여정은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주최로 25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국 독립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칼로바,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스, '맹크'의 어맨다 사이프리드,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먼 등 후보들을 제쳤다.

윤여정, 韓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여우조연상 시상은 '미나리' 제작사 A24의 설립자인 배우 브래드 피트가 맡았다. 윤여정은 피트의 호명으로 시상대에 올라 “피트, 정말 반갑다. 드디어 만나게 됐다. 저희가 영화를 찍을 때 어디 계셨나”라며 가벼운 농담으로 수상 소감을 시작했다.

윤여정은 “보통 아시아권에 살면서 오스카는 TV로 봤는데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되다니 믿을 수 없다”면서 “제게 표를 던져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고, 영화 '미나리' 팀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우리는 모두 가족이 됐다. 리 아이삭 정(정이삭) 감독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다. 캡틴이자 감독이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윤여정, 韓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윤여정은 “사실 경쟁을 믿지는 않았다. 클로스와 같은 대배우와 어떻게 경쟁하겠나”면서 “다섯 후보가 있지만 우리는 다 다른 역할을 해냈다. 우리 사회에서 사실 경쟁이 있을 수 없다. 그저 운이 좀 좋아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같다”고 겸손을 표했다.

'미나리'는 1980년대 미국 남부 아칸소주 농장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 이야기이다.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삭 정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바탕이다. 윤여정은 딸 모니카(한예리) 부부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온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미나리'는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공개된 이후 크고 작은 영화제와 시상식에 100개가 넘는 상을 휩쓸었고, 그 가운데 30여개를 윤여정이 차지했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유력 후보로 떠오른 윤여정은 실제로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한국 영화계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SNS를 통해 “윤여정 님의 연기 인생에 경의를 표하며, 우리 영화를 최고의 수준에 올려놓은 영화인들의 성취에도 감사드린다”고 축하 인사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인 최초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은 102년 한국 영화사의 역사를 '연기'로 새롭게 썼다는 데에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우리 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을 더욱 높여주었고,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께 큰 위로가 됐다”고 덧붙였다

수상 소식에 정치권에서도 축하 메시지가 이어졌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국민에게 단비와도 같은 기쁜 소식”이라면서 윤여정과 출연진, 제작진에 축하 및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102년 한국 영화사에 기억될 날”이라면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극복의 에너지와 생기를 불어넣었다”고 밝혔다.

윤여정은 1947년생으로,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1971년 MBC '장희빈'에서 악녀 장희빈 역을 맡아 인기를 끌었다. 그해 김기영 감독의 영화 '화녀'로 스크린 데뷔를 했고, 김 감독의 '충녀'에도 출연하며 '김기영의 페르소나'로 불리기도 했다. 이날 수상 소감에서도 윤여정은 “김 감독은 제 첫 감독이었다. 여전히 살아 계신다면 제 수상을 기뻐해 주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공동취재 안영국 기자

윤여정, 韓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