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경제단체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경제단체가 기업인 사면을 공식 건의한 것은 6년여 만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단체 명의로 청와대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제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 단체는 건의서에서 “코로나19 사태로 디지털화가 가속하면서 핵심 부품인 반도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반도체 산업도 새로운 위기와 도전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치열해지는 시장 경쟁 속에서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할 총수의 부재로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늦어진다면 그동안 쌓아 올린 세계 1위 자리를 하루아침에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단체장에 앞서 각계각층에서도 사면 호소가 이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사면 건의 게시글이 13건 올라왔다. 이보다 앞서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는 2월에 이어 이달 15일에도 이 부회장 사면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청와대에 보냈다. 이달 12일에는 대한불교조계종 25개 교구 본사 주지들이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했고, 전국 유림 대표 조직인 성균관도 26일 이 부회장 사면 청원서를 보냈다. 광주상공회의소를 포함한 광주·전남 8개 경제단체도 이 부회장 특별사면을 호소하는 성명을 27일 발표했다.
공은 정부에 넘어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9일 “이 부회장의 사면 여부를 검토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삼성전자를 포함한 세계 19개 업체 최고경영자(CEO)들과의 영상회의에서 미국에 투자해 달라고 종용한 데다 문재인 대통령도 한국 반도체 주도권 강화 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이 부회장 역할론이 커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와 종교계의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 부회장 사면 요청이 있었지만 경제단체장이 입을 모아 호소하면서 무게감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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