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확보를 위한 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스탠리 에르크 노바백스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했다. 대통령이 직접 기업 CEO를 만나는 일은 흔치 않다. 그만큼 백신 확보를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는 이야기다. 이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지금 단계에서 백신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화해서 수급과 접종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부추기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11월 집단면역 목표를 제시했으며, 이행을 자신하고 있다”면서 “플러스알파로 집단면역 시기를 더 앞당기려는 목표도 있다”고 강조했다. 백신 접종과 관련해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가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자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백신 확보가 당장 '발등에 불'로 떨어졌다. 야당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는 연일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백신보급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손 놓고 있는 정부를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하고 백신 확보에 나서지만 상황은 녹록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 '백신 안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각 정부가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어 비집고 들어갈 틈도 크지 않다. 게다가 백신 시장은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주도로 돌아서기 때문에 시장 논리가 더 앞선다.
그래도 원칙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를 믿을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선거 이후 정치권은 사분오열되고, 자기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진영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덩달아 가짜뉴스도 횡행하고 있다. 여론도 극명하게 갈려서 사안마다 대립하고 있다. 백신 수급을 놓고 벌이는 논란도 점입가경이다. 원칙이 필요한 시점이다. 모든 협상권을 정부가 쥐고 있는 상황에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식의 지적은 상황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본질에서 벗어난 이야기는 불필요한 논쟁만 불러올 뿐이다. 코로나19와 전쟁은 결국 백신 전쟁이다. 전시 상황에서는 한목소리로 한 방향을 쳐다 보고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이길 확률이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