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분해성 종이류 식기 생산으로 지구를 깨끗하게 보존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김정대 정동산업 대표는 지난 2018년부터 플라스틱 빨대, 포크, 스푼 등을 종이로 대체하는 고밀도지 식기류 생산에 발을 들였다. 세계적으로 바다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오염되고 거북과 상어 등 어류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소식이 계기였다.
정동산업이 생산하는 고밀도지는 종이, 감자전분과 물을 섞어 만드는 친환경 제품이다. 식품에 사용할 수 있게 나무에서 처음 나오는 펄프를 사용한다. 위생상 안전성을 고려했다. 표면층부터 중간층까지 최대 일곱 겹으로 가공해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밀도와 강도로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종이 포크와 칼, 스푼 등은 흙속에 매립해도 6개월이면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분해된다. 수요처도 항공사, 호텔, 식품제조사 등 다양하다.
김 대표는 플라스틱 대체 종이 식기류 사업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보자고 시작했지만 사업성도 밝다고 말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1회용품 플라스틱 사용이 늘었지만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1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일본도 내년 6월부터 플라스틱 빨대와 스푼 등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배달업계, 커피숍, 호텔, 항공사 등 일회용품 사용이 많은 곳에서 종이식기류와 머리빗을 찾고 있다.
정동산업이 친환경사업에 뛰어든 것은 최근 산업계 변화와도 무관치 않다. 사업 초기에는 삼성전자에 절연재 등 제품 부자재를 납품하면서 시작했다. 휴대폰 등에 투입되는 보호용 테이프와 절연재 등이 주된 생산품이었다. 2013년까지만 해도 전자부품 부자재가 주력이었다. 하지만 당시 국내 휴대폰 기업이 잇따라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면서 어려움이 닥쳤다. 힘든 나날이 지속됐고 김 대표는 졸지에 일하다 쓰러져 눕기까지 했다. 이후 척수염 진단을 받고 하반신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됐다. 1년여 와병 생활 동안 김 대표가 청춘을 바쳐 만들었던 회사도 어려움을 겪는 시기였다.
김 대표는 하반신을 움직이기 어려웠지만 결단이 필요했다. 결국 그는 사업다각화를 택했다.
전자제품에 더해 화장품 업계로 눈을 돌렸다. 이후 2016년 화장품업을 등록하고 이후 마스크팩과 포인트팩 등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생산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가정마다 '집콕' 생활이 늘면서 피부관리에 관심을 갖는 수요가 증가했다. 생산량도 덩달아 부쩍 뛰었다.
하지만 신규 사업이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종이는 오히려 기존 플라스틱보다 비용이 비싸다는 이유로 공급사와 마찰을 빚거나 마스크 판매 대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김 대표는 “지난해는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와 대금 미지급으로 회사가 어려움을 겪었다”면서도 “친환경 제품과 화장품 등 새롭게 뛰어든 분야에서 희망을 찾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김 대표는 “새롭게 뛰어든 사업 분야는 기업 이익뿐 아니라 자연과 인간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분야”라며 “친환경 시대 흐름에 맞춰 환경을 생각하는 바른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