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급한 상황입니다. 규제로 인해 투자가 미뤄지면 나중에 반도체 장비를 사려고 해도 사지 못합니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한 규제 완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28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대책 토론'에서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은 세계 반도체 패권 전쟁 대응을 위한 국내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부의 규제 완화와 전폭적인 지원을 제안했다.
박재근 회장은 최근 정치권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반도체 발전 특별법' 및 'K-반도체 벨트 전략'이 이른 시일 내에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에 대응해 이미 세계 각지에서 반도체 육성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며 정부의 미진한 반도체 정책을 꼬집었다.
그는 “미국 외에도 유럽, 일본, 중국, 대만에서는 정부 주도로 자국 내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전폭 지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정부는 지원 수준이 상당히 낮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나라 기업이 생산 설비를 구축하거나 공급 부족을 겪고 있는 제품을 개발할 경우 정부의 획기적인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량용 반도체 설계, 생산기술 개발, 전용 파운드리 팹 구축에 나서는 회사에 40~50%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시스템반도체 후공정 생산시설 투자도 파격 세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다.

반도체 사업 투자에 장애물이 되는 각종 행정 절차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반도체 설비 투자에 나설 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 등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원스톱 행정 서비스를 담은 특별법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패널 토론에 참가한 13명의 국내 반도체 전문가들은 고질적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부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는 의견에 한목소리를 냈다.
현재 우리나라는 설계와 공정,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막론하고 전문 반도체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김희승 삼성전자 상무는 “삼성전자에서도 최고급 인력은 계속 부족한 상황”이라며 “미국 등 반도체 선진국에서는 인력 수나 질이 우리나라를 압도하고 있고 우리나라가 분발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토론 패널로 참석한 허염 실리콘마이터스 회장은 “지금까지 정부 산업 정책에는 인력 관련 일관성이 없었다”라며 “반도체 연구자들이 과제가 없으니 인력을 기르지 못하고 반도체 외 다른 분야에 반도체 기술을 응용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에는 더불어민주당 내 반도체기술패권전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향자 의원이 행사에 참석해 전문가 제언을 경청했다.
양 의원은 “반도체 특별법만큼은 끝까지 지원할 것”이라며 “오늘 나온 의견을 제도와 법에 담아 반도체 패권을 뺏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완화는 고용노동부와 잘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기술 인재 부족 문제는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와 협력해 확실히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