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에기평)의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산기평) 부설기관 편입 작업이 지지부진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부 입법으로 에기평을 산기평 부설기관으로 만드는 내용을 담은 에너지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아홉 달 넘게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다. 정부가 그린뉴딜과 탄소중립을 내세운 가운데 에너지 연구개발(R&D) 기관 역할을 다시금 고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2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에기평을 산기평 부설기관으로 두고 연구관리전문기관을 통합하는 내용을 담은 '에너지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산업부는 지난해 7월 6일 정부 입법으로 해당 법안을 발의했고, 같은 달 28일 해당 법안이 상임위에 상정됐다. 이후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못했다.
법안은 에기평을 '산업기술혁신 촉진법'에 따른 산기평 내 부설기관으로 둬 산업부 연구관리 전문기관을 통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2018년 정부가 관계장관회의에서 의결한 '연구관리 전문기관 효율화 방안'에 따라 정부 R&D 연구관리 전문기관을 부처당 한 곳씩 둬야 한다는 원칙에 따랐다.
국회에서는 에너지법 개정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한 바 있다. 송대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7월 법안 검토보고서를 내고 법안 취지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 위원은 “국가연구개발 사업관리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산기평과 에기평 간의 통합은 필요하다”면서 “에기평이 에너지 산업과 기술에 대한 사업 관리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산기평 역할 범위가 에기평에 비해 포괄적이어서 총괄전담기관으로 기능하기 적합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산기평이 에기평보다 조직 규모와 운영하는 예산이 크고, 담당 영역 자체도 넓다. 지난해 7월 기준 산기평 직원은 442명, 에기평은 205명으로 산기평이 두 배 이상 많다. 지난해 기준 관리사업 예산도 산기평이 2조1117억원, 에기평이 8524억원이다. 산업기술을 포괄하는 산기평 역할 특성상 에너지 R&D를 전담하는 에기평 역할을 포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탄소중립과 그린뉴딜 정책 등을 발표하면서 에너지 분야 R&D 중요성이 커졌다. 올해 산업부 에너지 분야 R&D 예산은 1조368억원으로 사상 처음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정부가 탄소중립과 그린뉴딜 정책을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소, 태양광·풍력, 탄소포집·저장기술(CCUS) 등 관련 R&D도 지속 수행해야 한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에너지 R&D 전문기관으로서 에기평 역할을 명확하게 재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에너지 R&D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에너지 R&D 독립성을 담보할 방안을 추가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에너지기관 한 고위관계자는 “(에기평의 산기평 편입은) 처음 얘기 나온 이후 지금은 들어간 상황이다 보니 원래 안대로 되겠느냐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탄소중립을 감안하면 에기평 역할이 더 커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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