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블렌 효과(Veblen effect)'와 '파노플리 효과(Panoplie effect)'.
최근 명품에 집중된 보복소비 형태를 분석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기존의 명품소비와 마찬가지로 가격이 높거나 고급일수록 특별한 것으로 인식해 수요가 증가하는 베블렌 효과나 특정 상품을 구입하면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집단이나 계층과 동류가 된다는 파노플리 효과가 교차한다는 의미다.
명품 소비 열풍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거세다. 유통업계 외형 성장을 끌어올린 대표 효자 품목 노릇을 명품이 톡톡히 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 가방, 지갑, 쥬얼리, 시계 등 명품 매출은 125억420만달러(약 14조9960억원)로 전년(125억1730만달러)과 비슷한 규모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전 세계 명품 시장이 약 19% 줄어든 것과 대비되는 현상이다.
한국의 글로벌 명품 시장 매출 비중은 2019년 8위에서 지난해 독일(138억9500만달러→104억8700만달러)을 제치고 7위로 올라섰다. 5위와 6위인 영국(146억달러)과 이탈리아(145억달러)와의 격차도 좁혀졌다.
특히 샤넬, 루이뷔통, 구찌, 에르메스, 크리스찬디올, 프라다, 페라가모 등 10대 명품 브랜드의 매출은 4조원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루이비통은 국내에서 30%대 매출 성장을 기록했고 샤넬도 국내 매출이 26% 증가했다. '에루샤'로 불리는 3대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은 모두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이 같은 명품 시장 성장세는 큰 손으로 떠오른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가 주도하고 있다. 명품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른 2030 젊은층은 명품 브랜드 한정판을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 앞에서 밤새워 줄을 서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간다는 뜻의 '오픈런'은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명품 매출에서 2030 비중은 50.7%에 달하며 절반을 넘어섰다. 롯데백화점에서도 2030세대의 명품 매출 비중은 46%로 2년 전에 비해 7.1%포인트(P)신장했다.
MZ세대는 명품을 구매한 후 일정 기간 소비하다 되파는 '리셀(Resell)'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희소성이 커진 상품에 대한 프리미엄을 받고 파는 중고거래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정판 명품의 경우 희소성이 더욱 커 세월이 갈수록 비싸지면서 투자가치도 늘어난다.
지난달 현물 조각 투자 플랫폼이 내놓은 '롤렉스 집합 1호'라는 투자 상품은 출시 30분 만에 완판됐다. 조각 투자는 여러 명이 공동 투자한 뒤 차익을 나눠 갖는 것으로 투자 대상은 명품 시계 롤렉스의 인기 상품 11종이다. 6개월 뒤 이 시계들을 되팔았을 때 나오는 수익을 투자자들이 나눠 갖는 구조로 롤렉스 펀드의 기대 수익률은 25%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명품 주도 매출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면서 “최근엔 대표 명품이외에도 새롭게 떠오르는 고가 의류나 신발 등 신명품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이들 브랜드를 수입하기 위한 유통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