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광산업은 정부가 지금까지 추진한 지역전략산업진흥사업 가운데 가장 성공한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다. 광주첨단산업단지는 빛이 가지고 있는 성질을 활용하는 소재·부품·기기 등을 생산하는 광산업 중심지다. 400여개가 넘는 광산업체들이 모여 있는 이곳에는 우리나라 주요 광산업 연구소인 광주과학기술원(GIST) 고등광기술연구소(APR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호남권연구센터, 한국광기술원이 있다.
우리나라 첨단 레이저와 광 과학 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GIST 고등광기술연구소(소장 이영락)가 9일로 개소 20주년을 맞았다. 연구소 역할과 임무, 주요 성과 등을 살펴본다.
연구소는 국내 유일한 레이저 및 광과학기술 전문연구기관으로 2001년 5월 설립됐다. 2002년 12월 건설공사를 시작해 2004년 4월에 완공, 5월 말에 준공식을 개최했다.
연구소는 광과학과 광기술 원천요소기술 연구·개발(R&D)를 수행하고 있다. 2003년부터 과학기술부 연구기반구축사업으로 극초단 광양자빔 연구시설을 구축, 운용하고 있다.
초강력 레이저 과학은 국내에서는 황무지나 다름없는 연구분야다. 극초단 광양자빔 연구시설은 세계 최고 펨토초 페타와트(PW·1000조 와트) 초강력 레이저 국가 핵심 연구시설이다. 1000조분의 1초인 펨토초라는 극히 짧은 시간에 PW 고출력 레이저를 발생할 수 있는 인프라다. 국내·외 많은 이용자의 다양한 요구에 효율적으로 대응해 펨토과학 응용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모든 레이저 시스템과 표적용기 제어와 감시는 연구시설 내에 설치된 중앙 제어실에서 이뤄진다. 2~3개 응용 실험을 동시에 준비 및 진행할 수 있다.
연구소는 2005년 국내 최초로 100테라와트(TW·1조 와트) 출력의 레이저 시설을 구축했다. 전용 연구동인 극초단 광양자빔 특수연구동을 2008년 11월 완공, 본격 초강력 레이저 과학 연구를 시작했다. 2012년에는 1.5PW 레이저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듬해인 2013년에는 45메가전자볼트(MeV) 고에너지 양성자 빔 발생, 3.5GeV 고에너지 전자빔 발생도 세계 최초로 달성했다. 2012년 12월 기초과학연구원(IBS) GIST 캠퍼스 연구단인 초강력 레이저과학 연구단을 유치, 초강력 레이저를 이용해 입자 가속뿐만 아니라 엑스선과 감마선과 같은 고에너지 광자를 발생해 핵물리·천체 물리 연구 등 새로운 물리 현상을 탐구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들도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눈부신 성과는 국내·외 연구진에게 널리 알려져 많은 방문과 협력 연구로 이어졌다. 세계 유수 연구 기관과 협력하는 계기가 됐다. 2008년 아시안레이저센터를 설립, 아시아지역 광기술 분야 연구원을 초청해 교육하고 있다. 베트남·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인도네시아·한국 등 6개국 7명의 각 나라 대표 연구자로 자문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고 있다.
2010년부터는 매년 7월 20~30명 아시아지역 젊은 연구원을 초청, 레이저와 광기술 단기교육을 실시하는 '여름학교(SSOLLA)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2019년까지 총 200여명 연구원과 학생이 참여했다. GIST의 세계적 연구시설을 견학하고 연구실 탐방을 통해 새로운 교육 기회를 체험할 수 있어 해외 신진 연구자에게 인기가 높다. 이 같은 연구소 교류협력사업은 다른 나라와 성과를 공유하고 국제협력을 지원해 줄 만큼 국내 광과학의 높은 위상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소는 우수한 레이저 광계측과 초정밀 가공기술 산업화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공정 장비와 유기 나노소재 제조 등과 같은 시급한 산업현장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펨토초 레이저 기술을 기반으로 응용 광기술 연구에도 박차를 가한다. 이를 통해 광과학기술을 선도하고 레이저·광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세계 최고 수준 연구소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