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메타버스는 게임 플랫폼 기반으로 발전 중이다. 수요층이 10~30대 젊은 세대인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교육과 스프츠, 패션 등으로 메타버스를 확대 적용하려는 시도가 점차 늘어난다. 국내에서는 인터넷 기업과 통신사, 게임사, 기존 가상·증강현실(VR·AR) 업체나 전문개발사가 메타버스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통신업계, 메타버스 사업 시동
네이버는 글로벌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를 메타버스 플랫폼(앱)으로 운영한다. 지난 2월 기준 가입자 수가 2억명을 돌파했고 해외 이용자 비중이 90%, 10대 이용자 비중이 80%에 달한다.
본인 특징을 살린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공간에서 글로벌 이용자와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무료 코인이나 유료 캐시(잼)로 아이템 결제도 가능하다. 젊은층 중심의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다.
제페토가 메타버스로 주목받는 이유는 기업, 공공기관과 제휴를 맺고 기업 홍보, 상품 판매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찌나 나이키, 디즈니 등 글로벌 기업이 브랜드를 홍보하고 신상품이나 IP를 판매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젊은 세대를 중심을 새로운 놀이문화를 제공한다는 취지도 있지만 기업 소개나 브랜드 마케팅 등 제페토의 활용 범위는 계속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사 중에서는 SK텔레콤이 발 빠르게 움직인다. SK텔레콤은 버추얼 밋업, 점프AR, 점프 스튜디오, 아타바와 공간 플랫폼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버추얼 밋업은 본인 아바타를 통해 가상공간에서 소통하는 서비스다. 무대, 학교, 극장, 카페, 영화관 등 다양한 가상공간에서 대화, 회의 등을 진행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향후 쇼룸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공간으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KT는 향후 메타버스 생태계와 접목을 위해 실감미디어와 모션인식 기술 등을 고도화하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 생태계가 구축되고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KT VR·AR·영상회의 기술 등을 기반으로 특화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메타버스 서비스 상용화를 대비, 원격회의 시스템과 AR 글래스 'U+리얼글래스' 서비스 사업을 강화한다. VR·AR 기반 협업 플랫폼과 'U+리얼글래스'로 지난해 12월 아바타 기반 원격회의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5G AR글래스는 최대 10명의 사용자가 참여하는 가상공간과 회의 환경을 제공하는데 단순 대화뿐 아니라 손짓 등도 가능하다”며 “고객 불편사항 등을 점검, 연내 서비스를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게임사, 메타버스가 경쟁력 도구
게임 분야 메타버스 구현에는 해외 개발사 게임 엔진과 서비스가 한걸음 앞서나가고 있다. 엔진 분야에서는 에픽게임즈 언리얼엔진과 유니티테크놀로지스 유니티엔진 등 양대 엔진이 사용된다. 특성은 다르지만 게임 제작 엔진으로 시작했다가 인공지능, 디지털휴먼, VR·AR, 건축, 차량 등 3차원 콘텐츠 제작에 폭넓게 쓰이고 있다.
가상과 현실 경계가 희미한 게임 분야는 메타버스를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게임 안에서 모여 활동하고 소통하고 나를 표현한다.
에픽게임즈 게임 '포트나이트'는 게임 속에서 콘서트와 프로모션 활동을 실시했다. 힙합가수 트래비스 스콧 콘서트에는 1230만명이 접속, 221억원 수익을 거뒀다. 마블, 스타워즈 같은 유명 지식재산권이나 나이키, NFL 등이 게임 내에서 홍보하고 아바타 유니폼을 판매한다.
로블록스는 이용자가 자신의 3D 아바타로 다른 사람이 개발한 게임에 참여해 즐긴다. 모든 이가 직접 게임이나 콘텐츠를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 세계 1억5000만명이 로블록스를 이용한다. 미국 12세 이하 66%, 16세 이하 청소년의 33%가 로블록스 이용자다.
모장의 '마인크래프트',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비롯해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도 광의적 측면에서 메타버스 게임에 포함된다.
국내에서는 엔씨소프트 '리니지2' 속 '바츠해방전쟁'은 연인원 20만명이 참가해 현실 세계 정치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넥슨은 '페이스플레이'를 준비한다. 이 게임은 딥러닝과 비전컴퓨팅에 기반을 둔 차세대 AI 기술, 반응형 연출 시스템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 게임이다.
블록체인 게임사 플레이댑은 메타버스에서 대체불가능한토큰(NFT)을 활용한 융합 기술과 게임 출시할 예정이다.
유티플러스가 개발하는 '디토랜드'는 이용자가 콘텐츠를 만드는(UCC) 샌드박스 게임이다. 가상공간에서 콘텐츠와 게임도 제작할 수 있을 정도로 자유도가 높다. 올해 열리는 인디게임 공모전 '인디크래프트'가 디토랜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시장을 꾸릴 예정이어서 주목 받는다.
◇전문개발사, 새 기회 약진 주목
대기업이나 게임사뿐 아니라 전문개발사 약진도 눈에 띈다. 프론티스는 기존 VR·AR 기술력을 기반으로 가상공간에서 가상교육·가상회의 플랫폼 'XR판도라'를 6월 출시한다. 11월에는 공공기관, 금융기관, 사무실, 기타 서비스 시설 등이 들어서는 거대 메타버스 플랫폼 'XR라이프트윈'을 공개할 예정이다.
'BORA'를 출시, 도라전망대에 설치한 오썸피아는 내년 1월 전국 주요 관광지에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 BORA는 직접 망원경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원격에서 원하는 곳을 클릭하면 해당 장소에 대한 가상 데이터를 보여준다. 향후엔 명상존을 만들고 멘탈케어 프로그램도 운영, 힐링 투어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AR 영상 저작 기술력을 바탕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 중인 애니펜은 최근 85억원 규모 브릿지투자를 받았다. 애니펜은 기존에 개발했던 AR·XR 기술에 딥러닝 기술을 접목, 이용자가 놀고 경험하며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투자할 방침이다.
애니펜 관계자는 “현실과 가상을 아우르는 메타버스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며 “다음달에는 디지털트윈과 포토그래매트리 기술을 적용한 XR샵을 일본에서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비브스튜디오스가 메타버스 콘텐츠 전문 제작사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비브스튜디오스가 개발한 버추얼 프로덕션 통합형 솔루션(VIT)은 가상 콘텐츠 제작뿐 아니라 현장 로케이션 제작 한계를 극복할 솔루션으로 눈길을 끈다.
가상공간을 활용한 전시·공연·교육 분야에서는 디캐릭이 인게이지 플랫폼으로 고객사를 늘려가고 있다. 디캐릭 외에도 서틴스플로어, 맘모식스, 코믹스브이·페이크아이즈가 가상공간을 활용한 교육용 메타버스 플랫폼을 출시했다. 아이스크림미디어도 곧 관련 플랫폼을 출시한다.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사 관계자는 “기존 VR, AR 콘텐츠나 솔루션 개발사가 연이어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지금보다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가 계속 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