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정의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서비스되는 체험형 가상현실(VR) 콘텐츠나 산업 현장 증강현실(AR) 활용 서비스, 가상공간을 활용한 전시·교육, 가상세계에서의 가상자산 거래 등 가상경제까지 폭넓은 분야가 메타버스로 거론된다. 향후엔 이 같은 서비스가 모두 융합돼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실과 가상세계 연동, 저작도구를 활용한 콘텐츠 생산과 확대·재생산, 가상경제 등이 진정한 의미의 메타버스라는 의견이 늘어난다. 현실과 가상세계를 연동하고 가상자산을 원활하게 사용하려면 표준화 등 기술적 지원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양보근 YJM게임즈 VR사업본부장은 “메타버스 핵심은 저작도구를 활용해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를 확대하고 재생산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이런 툴이 없는 게 해결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메타버스 산업이 확산하려면 사용하기 쉬운 저작툴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 본부장은 게임 엔진인 유니티는 저작도구가 있고 어느 정도 표준화도 돼 있지만 코딩을 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이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 게임으로 잘 알려진 로블록스 역시 저작도구가 있지만 사용이 쉽지 않다. 양 본부장은 국내 개발사가 이용하기 쉬운 저작도구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문호 오썸피아 대표는 현실과 가상세계가 연동돼 경제활동이 이어지는 게 메타버스 발전 필수 요소라며 이에 대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 대표는 “생산과 소비활동이 적은 10대 위주 메타버스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현실과 가상세계 간 경제활동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메타버스는 하나의 트렌드로 성장하다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메타버스를 통한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가상자산의 원활한 활용이 필수”라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긍정적 시각,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지원 제도,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흥묵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미디어연구본부장은 현실과 메타버스, 메타버스와 메타버스 간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 범위를 어디까지로 해야 할지 명확한 범위 설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 정보보호 등에 대한 우려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메타버스가 확산하면 장비 가격, 정보 접근성 등에 따른 차이 때문에 정보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면서 “이런 역기능과 함께 데이터 편향성, 디지털범죄, 메타폐인 등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지나친 가상세계 몰입이나 불건전 행위 등을 비롯한 메타버스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 구체적 논의와 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 본부장은 메타버스 역시 많은 부분을 인공지능(AI)에 바탕을 둘 것이기 때문에 최근 '이루다' 사태처럼 AI 윤리, 프라이버시 침해 등에 대해서 어떻게 대비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메타버스에서는 국경 없이 세계 이용자가 만나기 때문에 범죄 같은 문제 발생 시 해외 이용자에 대한 처분이 이슈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플랫폼 운영사가 모든 책임을 지기는 어려운 만큼 다른 나라 이용자의 불법 행위에 대한 대응 방안 모색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상균 강원대 교수는 “메타버스에서는 범죄와 조세포탈 등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산업 육성책과 함께 이런 문제점에 대비한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며 “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수익 창출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이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측면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메타버스 산업 활성화 걸림돌 중 하나가 콘텐츠 제작비용인 만큼 제작비용 인하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진수 SK텔레콤 메타버스컴퍼니장은 “현재 VR, AR 콘텐츠 제작은 지나치게 고비용 구조”라며 “많은 인력 자원이 투입되기 때문으로 자동화를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제작하고 배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산업 전반으로 확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