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마리처럼 돌돌 말 수 있는 '초박형 유리'(UTG)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폴더블에 이은 롤러블 디바이스의 등장 시기를 앞당길지 관심이 쏠린다. 아이티아이(대표 이석준)는 가로 380㎜, 세로 280㎜ 크기의 롤러블 유리를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대각선 길이로 약 20인치급인 이 유리는 반지름이 5㎜인 원을 감쌀 정도(곡률 반경 5R)로 휘어진다. 통상 유리는 구부리거나 접으면 깨진다.
그러나 유리를 얇게 만들면 유연성이 생긴다. 종이처럼 접거나 감을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얇게 만든다 해서 모든 유리가 유연성을 띠는 것은 아니어서 손상 없이 안정적으로 접거나 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석준 아이티아이 대표는 “손상이나 깨짐 등 크랙 없이 유리를 가공하는 기술이 롤러블 유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유리는 절삭이나 가공 과정에서 가해지는 충격에 의해 미세 균열이 생기기 쉽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작은 균열이라 해도 외부 충격을 받으면 전체 유리가 깨지거나 산산조각 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아이티아이는 손상 없이 유리를 잘라내고 유연성을 더하기 때문에 두루마리처럼 감을 수 있는 UTG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롤러블이 될 수 있을 정도인 100㎛ 이하의 얇은 대형 유리를 전체 면적에서 크랙 없이 자르는 것이 차별화한 기술”이라면서 “자르는 데 국한되지 않고 강화 코팅 등 롤러블 유리 제조에 필요한 전체 공정을 개발하고 최적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강화·코팅·절삭 과정 등 구체적인 공정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발전에 힘입어 폴더블 및 롤러블 패널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종 디스플레이 완성에 필요한 핵심 요소의 하나인 커버윈도(디스플레이 보호 부품)는 아직 뒷받침되지 않았다. 이번에 롤러블 UTG 개발로 롤러블 디스플레이 및 디바이스 산업 생태계가 갖춰질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올 하반기에는 기존 강화유리를 박판화해서 디스플레이용 70인치급 유리의 롤러블 성능을 구현할 계획”이라면서 “시장 상황에 맞춰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가로·세로 380×280㎜…유연성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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