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의 '게임 셧다운제'와 관련해 청소년 수면시간은 게임 이용시간보다 학습시간과 연관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에서 셧다운제 정책 효과를 고려한 장기 추적 첫 연구다. 셧다운제 도입 목적이 청소년 수면시간 보장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근본적으로 잘못 설계된 정책이라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20일 조문석 한성대 교수 주관으로 한성대 산학협력단과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공동 조사·연구한 '2020게임이용자 패널연구(1차)'에 따르면 어린이·청소년 수면시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건 학습시간인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2월 이전 등교하는 날을 기준으로 게임 이용시간과 수면시간은 상관계수 0.08로 '정상관' 관계를 보였지만 학습시간과 수면시간 간 상관성은 -0.178로 '부상관' 관계로 나타났다.
정상관은 두 독립변수 사이에서 한 변수가 증가할 때 다른 변수가 함께 증가하는 관계, 부상관은 한 변수가 증가할 때 다른 변수는 감소하는 관계다. 1 또는 -1에 가까울수록 각각의 상관관계가 높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게임 이용시간 증가가 수면시간 감소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수면시간 감소는 학습시간 증가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학습시간이 늘어날수록 수면시간은 줄었다. 등교하지 않는 날도 게임 이용시간과 수면시간 사이의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없었다.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 3월 역시 관련도가 낮았다.
게임 이용시간과 학습시간은 부상관(상관계수 -0.11)으로 나왔다. 게임 이용시간이 증가하면 학습시간은 줄어들 여지가 있지만 수면시간 감소와는 상대적으로 연관성이 낮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와 함께 게임 이용시간 자체가 게임 과몰입으로 몰아가지 않는다는 해석도 내놨다. 연구진은 “수면시간과 게임 이용시간은 의미 있는 상관성이 나타나지 않아 의도한 정책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효과성 측면에서 제도를 재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6시간 동안 게임을 못하게 하는 제도다. 게임 과몰입과 청소년 수면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2년에 한 번씩 제한 대상 게임물 범위를 정한다. 이달 19일부터 2년 동안 새로운 고시가 적용된다.
정작 이용비율 1위 플랫폼인 모바일을 포함하지 않은 데다 정책 목표인 과몰입 예방, 수면시간 확보도 게임 이용시간과 관련이 적어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여가부는 게임이 중독성이 있다는 기존 태도를 고수하는 차원에서 유명무실한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는 셧다운제가 직접적인 매출 타격보다는 게임 산업 전반에 걸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킨다며 폐지 목소리를 지속해서 내고 있다.
연구진은 게임을 게임이용장애 같은 병리적 관점 접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문제적 게임 행동특성을 설명하는 하위요인 중 '금단' 등 주요 요인은 다른 문제적 게임행동특성 하위 요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연구진은 “1차년도 조사만으로 명확히 규명할 수는 없으나 문제적 특성을 보이는 게임이용자도 심각한 증상을 나타내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문제적 게임이용을 병리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연구는 아동청소년 1020명, 학부모 1020명, 만 19세 이상 성인 753명으로 패널을 구성해 진행됐다. 국내 첫 셧다운제 정책 효과를 고려한 장기추적 연구다. 기존 게임 이용 관련 연구는 횡단면적 조사설계로 인해 장기적 행동 변화를 관찰하거나 명확한 인과관계 분석에 한계를 보였다. 연구진은 패널과 조사원 관계 형성으로 패널을 유지, 추적 연구할 계획이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