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과 관련해 양보안을 내놨다. 국토부는 '이동통신기반 차량사물통신'(C-V2X) 실증사업을 위해 할당 채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C-ITS 7개 채널 가운데 웨이브(DSRC) 요금징수 서비스 채널의 C-V2X 실증 전환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안으로 제시했다. C-ITS는 5.9㎓ 대역 70㎒ 7개 채널을 배정받았다. 이 가운데 보안용을 포함해 3개 채널을 C-V2X 실증용으로 제안했다. 그동안 국토부와 과기정통부는 C-ITS 통신 방식을 놓고 대립했다. 새로운 제안이라고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시큰둥하다. 국토부가 C-V2X 채널도 늘린다고 했지만 시점을 명시하지 않아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래도 진척을 이룬 점은 높아 사 줘야 한다.
국토부의 입장 변화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결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FCC는 최근 고시를 통해 주파수대역 할당 내용을 변경 없이 오는 7월 2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고시에 따르면 5.9㎓ 대역 75㎒ 폭 가운데 상위 30㎒ 폭을 C-V2X 용도로만 분배하고 하위 45㎒ 폭을 차세대 와이파이 중심의 비면허 대역 서비스 용도로 분배한다. 20여년 동안 5.9㎓ 대역 주파수를 점유한 웨이브는 점차 배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주파수 변경 방안 의결 이후 미국 교통부, 연방교통안전위원회, ITS아메리카 등이 철회를 요청하며 반발했지만 원안대로 강행했다.
C-V2X와 웨이브 기술은 장단점이 있다. C-V2X는 최신 기술이고 확장성과 비용 면에서 앞섰다. 이에 비해 웨이브는 이미 실증사업을 끝냄으로써 안정성 면에서 뛰어나다. 당장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이다. 미국과 중국은 C-V2X, 유럽은 웨이브를 각각 지지한다. 기술 우위보다는 선택 문제다. 시장이 좁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세계표준의 흐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표준을 주도하지 못하면 유리한 쪽에 서는 게 상식이다. 유럽도 중요하지만 미국과 중국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한쪽 방식만을 고집하기에는 아직 위험이 크다. 실증사업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고 세계표준 상황에 따라 대응하는 게 현명한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