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 김영인 조이앤비즈 대표 "255조 퇴직연금, 투자 플랫폼 다변화로 시장 주도"

매년 적립금 증가에도 수익률 기대 이하 수준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시행 땐 시장 변화 예상
채권·주식 등에 장기 투자 수익률 개선 기대감
블록체인 기반 생애주기별 연금 플랫폼 개발 목표

김영인 조이앤비즈 대표 (사진=김민수 기자 mskim@etnews.com)
김영인 조이앤비즈 대표 (사진=김민수 기자 mskim@etnews.com)

코로나19로 증시가 폭락한 후 다시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퇴직연금 운용에 대한 개인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은행에 묶여있는 개인 퇴직연금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흘러 들어와야 건전한 시장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시각을 제시한다. 초저금리 상황에도 불구하고 위험회피와 원금 유지 때문에 정기예금 중심으로 계속 갱신하기만 하는 현 상황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한정애 의원 대표발의)'은 회사가 별도 수탁법인을 만들고 신탁할 수 있는 '기금형' 제도 도입을 담고 있어 국회 통과 시 시장 변화가 예상된다. 회사가 퇴직연금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맺고 적립금을 운용하는 기존 '계약형' 제도보다 더 높은 수익성을 추구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이앤비즈는 지난 2007년 10월 회사 설립 후 14년간 퇴직연금 플랫폼 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이 분야 전문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성장했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 등 퇴직연금 시장 변화를 앞두고 그동안 축적해온 경험과 노하우를 십분 발휘할 채비를 마쳤다. 조이앤비즈를 창업해 지금까지 이끌고 있는 김영인 대표를 만나 IT 업계의 새 기회가 될 퇴직연금 분야와 회사 전략을 들어봤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 김영인 조이앤비즈 대표 "255조 퇴직연금, 투자 플랫폼 다변화로 시장 주도"

대담=길재식 경제금융증권부장

-퇴직연금 플랫폼 분야에 오랫동안 집중해왔다. 창업 배경이 궁금하다.

▲1989년부터 2000년까지 부산은행에서 일했다. 은행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가 잘 맞지 않아서 퇴사하고 대학원에서 정보보호학을 공부했다. 이후 웹케시에서 전략사업본부장으로 4년여간 일했다.

웹케시에서 나와 창업을 했는데 2004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후 2007년 조이앤비즈를 설립했다. 신생 스타트업이 금융시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었다. 각 업무 분야마다 시장 지배력이 있는 사업자들이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무엇보다 신뢰성을 중시하는 금융권 특성상 스타트업이 주도할 수 있는 사업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당시 퇴직연금 시장에서 기회를 찾았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2005년 국회를 통과해 같은 해 12월 1일부터 시행됐다. 처음 도입되는 제도여서 기존 기업이나 신생기업이나 모두 같은 출발선에 선 상황이었다.

당시 조이앤비즈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이 분야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일찌감치 했었다. 퇴직연금 개발, 제도분석 컨설팅, 관련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면서 퇴직연금 관련 사업에 매진해왔다.

-새로운 시장이지만 신생기업이라서 겪는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퇴직연금 구축사업을 수행할 때 대기업 컨소시엄 구조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 당시 금융결제원, 보험개발원, 한국증권전산(현 코스콤)이 각각 연금기록관리시스템(RK·레코드키핑)에 대한 ASP 사업을 수행했다. 금결원에서는 은행 분야 태스크포스(TF)를 꾸렸는데 국내에 퇴직연금을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반도 만들어졌었다.

조이앤비즈는 해당 연구반에 참여해서 초창기부터 국내 퇴직연금 밑그림을 함께 그렸다. 이 경험이 6개 은행의 퇴직연금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참여하는 계기가 됐고 조이앤비즈가 성장하는 좋은 밑바탕이 됐다. 연금기록관리시스템 자체가 워낙 구축 난도가 높고 여러 관련법을 고려해야 하다보니 진입장벽이 높은 사업이었다.

초창기부터 대부분 퇴직연금 구축사업에 참여했지만 대기업 하도급을 받아서 힘들게 수행했다. 주사업자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다. 연구소 중심으로 퇴직연금 구축에 필요한 솔루션, 프레임워크, 인터페이스 등을 밤낮없이 개발했다. 법·제도 분석은 당연했고 업무 프로세스 재정의, 프로토타입 구현 등을 지속 해나갔다.

당시 우리 임직원을 가장 힘들게 했던 말은 “매출이 얼마죠?” “이 사업 규모가 얼마인지 알죠?” “할 수 있겠어요?”였다. 당시 구축사업 규모가 회사 연매출과 비슷한 정도였으니 주사업자로서의 업무 가능성에 대한 검증이 많았고 인정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이앤비즈가 당시 성장발판을 마련하고 금융권에서 좋은 브랜드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던 것은 퇴직연금이라는 신규 업무에 진출했기 때문인 것 같다. 내부에 여러 은행 출신 전문가가 많아서 자산관리와 연금시장에 대한 노하우가 있어 금융권에서 관심을 받았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 김영인 조이앤비즈 대표 "255조 퇴직연금, 투자 플랫폼 다변화로 시장 주도"

-퇴직연금 수익률 문제가 뜨거운 감자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수익률은 기대치 이하다. 특히 퇴직연금은 국민연금 수익률과 많이 비교되곤 하는데 차이가 많다. 퇴직연금이 저위험 저수익, 원리금보장형 상품 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은 255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5% 증가했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매년 증가 추세다. 2017년 168조400억원(14.6%), 2018년 190조원(12.8%), 2019년 221조2000억원(16.4%)으로 성장했다.

제도 유형별로는 확정급여형(DB) 153조9000억원으로 60.2% 비중을 차지했다. 확정기여형(DC) 67조2000억원(26.3% 비중), 개인형퇴직연금(IRP) 34조4000억원(13.5% 비중)이 적립됐다. 특히 개인형퇴직연금은 전년 대비 무려 35.5%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퇴직연금 적립금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연간 수익률은 기대 이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민연금 수익률이 국민연금기금 설립 이후 연평균 누적수익률 5.90%를 기록한데 비하면 퇴직연금의 최근 5년 수익률은 1.85%, 최근 10년 수익률은 2.56%에 그친다.

퇴직연금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정부에서 활성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퇴직연금 사업자도 빅데이터 분석 기반의 인공지능(AI) 로보 어드바이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익률 개선은 숙제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사업에 어떤 영향이 있나.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을 설립하기 위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일부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의 퇴직연금으로 기금을 조성하고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운용하는 새로운 퇴직연금제도다. 내년 4월 14일부터 기금 운용이 시작될 예정이다. 포괄적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는 지난해 8월 발의돼 현재 국회에서 심사받고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시행되면 초기부터 대형 사업장을 중심으로 퇴직연금기금이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계약형에서 기금형으로 제도가 전환될 것으로 예상한다.

퇴직연금은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등에 비해 수익률이 낮다고 평가받는다. 원리금보장상품에 주로 투자하는게 원인인데 255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을 계속 1~2%대 수익률에 둘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연금은 단기 속성이 아니기에 단기상품에 투자할 필요가 없어서 장기채권이나 주식 등에 장기 투자하기 좋다.

하지만 컴플라이언스 문제 때문에 이런 시도가 불가능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기금형 퇴직연금이다. 기업이 별도 자금운용위원회를 만들어서 투자할 수 있기에 좀 더 수익률을 높일 여지가 생긴다. 255조원대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유입되는 효과도 생긴다.

내부적으로는 국내에서 1000개 안팎의 기업이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조이앤비즈에 좋은 사업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을 시행하려면 기존 퇴직연금 사업자는 기금과의 업무 연계·대응을 위한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기금 면에서는 기금운용관리시스템, 기금자산운용시스템, 기존 사업자와 업무연계 시스템 등 관련 시스템 개발·구축이 활발해질 것이다.

조이앤비즈는 고객사 필요에 맞춰 인하우스 형태 개발, 패키지·아웃소싱, 클라우드 서비스 등 플랫폼 다변화 전략으로 대응하려고 한다. 기금형 퇴직연금 플랫폼을 새롭게 마련하고 사내 금융투자연구소 중심으로 전담 조직과 인력을 확대 재편할 것이다.

퇴직연금 의무 가입과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에 따라 퇴직연금 시장에는 큰 변화가 불 것이다. 2019년 말 기준으로 대한민국 전체 퇴직연금의 65.1%, 은행권 퇴직연금의 90.7%가 조이앤비즈의 퇴직연금 플랫폼에서 거래되고 있다. 퇴직연금 플랫폼 시장 1위 사업자로서 변화에 선제 대응해 시장이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 김영인 조이앤비즈 대표 "255조 퇴직연금, 투자 플랫폼 다변화로 시장 주도"

-새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할 것 같다.

▲미래형 연금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해야 할 일이 상당히 많다. 기금형 제도가 도입되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빅데이터 기반 AI 상품추천 포트폴리오 솔루션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미래형 블록체인 기반 생애주기별 연금 서비스 플랫폼도 개발하고 싶다.

선진국은 어릴 때부터 연금에 가입하는 문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돌 선물로 금반지를 선물하듯 연금상품을 선물하는 수준이다. 최근 국내에서 주식 몇 주를 선물하는 경우가 생길 정도로 인식이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 연금에 대한 필요성이 널리 인지되지는 않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블록체인을 활용해서 한 사람이 태어나면 하나의 연금 블록을 생성하고 세금과 수익성 등을 따져서 각종 연금을 이합집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에 노령연금, 주택연금 등을 합치면 개인이 가입하는 연금만 5~6개에 달한다. 전체 연금복지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빅데이터로 분석하고 AI 로보어드바이저로 소득에 따른 상품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개인의 연금 히스토리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형 블록체인 기반 생애주기별 연금서비스 플랫폼 개발은 인력과 자금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별도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수년 안에 기업공개(IPO)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이앤비즈는 강점인 퇴직연금 사업 기반을 공고히 하면서 사업영역을 연금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가입자의 노후복지를 위해 생애주기별로 연금을 블록화해 지원하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싶다.

우선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에 대비해 기금운용관리 솔루션을 다양한 플랫폼에서 선보이려고 한다. 이 서비스가 궤도에 오르면 개인의 라이프사이클을 고려한 연금관리서비스를 B2B나 B2C 형태로 제공하려고 한다. 개인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의 3층 연금체계를 통합 관리하는 '통합 연금관리 플랫폼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

◇김영인 조이앤비즈 대표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부산은행에 1989년 입사해 2000년까지 일했다. 이후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웹케시 전략사업 총괄이사를 지냈으며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지앤비아이텍을 창업해 대표이사를 지냈다. 2007년에 뜻이 맞는 은행권 지인들과 조이앤비즈를 창업했다. 2014년 부산은행에서 신인터넷뱅킹시스템구축 감사패를 받았고 2016년에는 신한은행 베스트 협력회사 감사장을 수상하는 등 금융권에서 기술력과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2017년 신라대 산·학 협력 감사패, 같은 해 근로복지공단 업무 협력 감사패를 각각 수상했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연금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9년에는 대한회계학회 부회장으로 위촉돼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정리=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