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에서 암치료에 많은 성과가 있어, 암환자 50% 이상이 완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암 질환 중 그 빈도가 아주 높지는 않지만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질환이 있다. 급성골수성백혈병과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이다. 이들 악성 질환은 조혈기관인 골수에서 발생한다.
급성골수성백혈병과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의 주된 치료는 항암제 투여와 골수이식이다. 항암요법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개의 경우 두 가지 방법을 순차적으로 이용해 질환 완치를 시도한다. 최근 골수이식 방법 발전으로 형제, 부모, 자녀,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조혈세포를 공여받아 이식을 받을 수 있다. 골수이식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이식된 공여자 조혈세포가 환자 악성혈액세포를 억제하는 이식편대 백혈병효과가 나타나게 되며 이식편대 백혈병효과가 충분하지 못하면 백혈병이 재발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NK세포(자연살해세포)는 체내 림프구의 아형으로 약 10~20%를 차지한다. NK세포는 T세포와 달리 미리 항원에 노출되지 않더라도 바로 암세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체세포를 파괴해 제거하기 때문에 자연살해세포라 명명됐다. 현재 체외에서 조혈모세포에서 NK세포로 분화시켜 생산하는 방법이 개발돼 있어 NK세포를 암치료에 적용시킬 수 있다. NK세포를 암치료에 적용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는 암 환자 자신의 조혈세포를 채취해 체외에서 NK세포로 분화시켜 환자에 투여하는 방법이다. 이를 자가 NK세포치료법이라고 한다.
자가 NK세포치료는 부작용이 없어 안전한 반면 환자로부터 생산한 NK세포의 활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환자의 NK세포와 암세포가 유전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NK세포가 암세포를 표적으로 인식해 파괴하는 능력이 제한적이다.
둘째는 건강공여자로부터 채취한 NK세포를 증식·활성화해 환자에 투여하는 동종 NK세포치료다.
이 경우 공여자 NK세포가 환자 암세포를 표적으로 인식하는 데는 문제가 없으나 투여 후 환자로부터 면역학적 거부반응에 의해 탈락되기 때문에 효과가 일시적이고 제한적이다.
마지막 NK세포치료 방법은 동종골수이식 후 공여자로부터 채취한 조혈세포로부터 NK세포를 생산해 환자에게 투여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NK세포가 암세포를 표적으로 인식하는데 문제가 없고 환자로부터 면역학적 거부반응도 없기 때문에 암억제 효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면역치료제융합연구단은 2007년부터 동종골수이식 후 공여자로부터 유래한 NK세포를 투여해 백혈병의 재발을 억제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네 차례 임상연구를 완료했고, 특히 4차 연구는 무작위 비교 연구였다. 이들 연구에 의하면 동종골수이식 후에 공여자 유래 NK세포를 투여하는 것이 안전하며 동종골수이식에 따른 부작용(착상 방해, 이식편대 숙주질환의 증가, 감염증가, 이식 사망률 증가)의 증가가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NK세포 투여가 이식 후 급성골수성백혈병의 재발을 줄여주고, 나아가 이식 후 환자 면역기능 회복을 촉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면역기능 회복 촉진기능이 이식편대 백혈병효과의 향상 및 백혈병 재발의 감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론된다.
앞으로 과제는 동종골수이식 후 공여자 NK세포투여가 백혈병의 재발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환자의 생존기간의 향상, 완치율의 향상을 나타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성공적인 연구를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문하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서울아산병원, 그리고 기업의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새로운 효과적인 치료법이 실용화된다면 더 많은 악성 혈액질환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고 완치 기쁨을 누리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규형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교수 khlee2@amc.seou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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