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가상이 융합된 초월적 세계'를 의미하는 메타버스가 세계 핫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비플(Beeple)이라는 아티스트의 암호화 기술 기반 디지털 그림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784억원에 낙찰됐고, 구찌·나이키 등 유명한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동일 상품에 대한 메타버스 내 매출이 현실 세계의 매출을 뛰어넘었다고 발표되기도 했다. 그리고 신입사원 환영회, 기업 내 회의까지 이제 우리는 단순히 온라인으로 연결된 영상모임에서 가상세계의 '나'라는 존재를 기반으로 경제활동 및 새로운 사회적 경험을 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번 기고 '왜 지금 메타버스에 주목하는가'에 대해 인간 중심의 디자인 싱킹 관점에서 △한때 전화선을 꽂아야만 '접속'할 수 있던 온라인 세상이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연결'된 세상으로 변화한 점 △사무실에만 머물러 있던 전문가용 컴퓨터가 스마트폰이라는 일상과 함께하는 '대중적 도구'로 전환된 점을 통해 우리의 시간과 공간, 관계 개념이 변화한 것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인간과 기술에 대한 상호작용을 넘어 세 번째로 현재의 '나'와 가상의 '내'가 공존하며 소프트웨어(SW)·하드웨어(HW)라는 도구를 통해 공유된 상상의 공간이자 초연결된 공동 경험의 장으로써 메타버스를 논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변화하는 세상에서 새로운 경험의 장을 넘는 메타버스의 본질은 과연 무엇일까. 다양한 분야별 전문가 말을 통해 그 의미를 다시금 찾아보자.
이보다 앞서 메타버스 흐름에 대해 나이키의 글로벌 기술혁신책임자는 메타버스를 “정밀한 현실과 디지털 현실 사이의 신체적·디지털 차이를 뛰어넘는 모든 디지털 경험을 아우르는 공간”이라고 했다. 게임 중심의 벤처캐피털 회사 비트크래프트벤처스도 메타버스를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이 겹쳐진 완전한 상호작용형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얼마 전만 해도 이를 실현할 인프라가 없어서 연결하지 못한 상상과 현실 속 사람들을 연결해 줄 새로운 세포 조직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매킨지의 글로벌 가상현실(VR) 리더는 “메타버스가 인터넷처럼 우리 삶의 큰 부분이 될 수 있다면 현실에 가까울수록 우리의 모든 상대적 경험을 통해 가치 기반으로 조정될 것”이라고 했다. 디지털 패션기업 더디머터리얼라이즈드의 창립자는 “메타버스는 기술 구성보다 목적과 인간의 선택 동인에 더 가깝다”면서 “미국의 도시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에 의해 만들어진 세 번째 공간과 같다”고 했다. 즉 첫 번째 공간인 집과 두 번째 공간인 직장이나 학교가 아니라 메타버스는 세 번째 공간인 여가시간을 보내는 곳이라는 의미다. 이는 공통체 생활의 새로운 이정표이자 기존 친구들과 새로운 친구들이 만나는 장소임을 뜻한다.
이처럼 메타버스 개념은 각기 다른 관점에서 정의되고 있지만 종합해 보면 결국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상상에 대한 범위·의미·가치 측면에서 신체 경험이나 물리 공간에 대응하는 실체화된 디지털 장소 또는 현실과 상상이 융합된 공간으로 통용되는 듯하다. 즉 이것은 메타버스가 단순한 기술의 의미가 아니라 초연결 사회라는 플랫폼을 통해 우리가 더욱더 인간적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협력하는 장소이자 함께 경험하는 장소'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메타버스의 본질은 바로 우리가 직접 구성할 수 있는 요소, 즉 미래를 '생각하는 방식' 아닐까. 현실을 동일하게 옮겨 놓은 쌍둥이와 같은 가상 공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싱킹처럼 인간 중심 관점에서 수많은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재정의한 메타버스라는 공간과 그것을 이뤄 가는 문화를 인식해야 한다는 점, 상상을 현실로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진짜 메타버스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관점이자 본질일 것이다.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