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들이 은행실명확인 계좌 확보를 위해 상장 코인 숫자를 줄이는 가운데, 거래정지나 사실상 상장폐지된 종목 출금에 과도한 수수료를 매긴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상장폐지 악재로 인한 코인 시세 하락에다 높은 출금 수수료까지 겹쳐 거래소 이용자들이 이중고를 겪는다는 것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거래소 프로비트는 이더리움(ETH) 계열 ERC-20 코인 출금 수수료로 0.027ETH를 부과하고 있다. 이날 정오 기준 1ETH 시세가 약 311만원에 형성된 것을 고려하면 법정화폐로 환산 시 1회 출금에 무려 8만4000원 수수료를 부과하는 셈이다.
프로비트는 이달 100종 이상 원화거래 지원 코인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하며 대규모 상장폐지를 예고했다.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코인은 일주일 동안 검토 후 최종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상장폐지된 코인은 거래소에서 3개월 이내로 출금하지 않으면 사실상 거래소 소유로 넘어가게 된다. 이번에 상장폐지되는 코인 상당수는 '거래량 또는 유동성이 매우 낮은 코인'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매각도 어렵다. 해당 코인 보유자들은 8만4000원을 내고 다른 전자지갑으로 출금하거나 코인 소유권을 포기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발급받은 전자지갑에서 다른 전자지갑으로 코인을 전송할 때 매겨지는 출금 수수료는 각 거래소 운영업체가 마진을 고려해 자의적으로 매긴다. 이더리움 계열 코인의 경우 동시간 대 거래량이 늘어나면 1회 전송에 필요한 가스(GAS) 수수료도 따라 올라가는데, 거래소는 빠른 전송 속도를 보장하기 위해 가스 비용 대비 넉넉한 출금 수수료를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이더리움 거래량 폭증으로 가스 비용이 올라갈 때는 거래소들이 이를 비용에 즉각 반영하면서, 거래량이 떨어질 경우에는 올렸던 출금 수수료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이다. 이더리움 시세가 급등했던 올해 2월 1900Gwei까지 올랐던 가스비는 베를린 하드포크 등 영향으로 지난달 크게 감소했다.
세계 블록체인 흐름을 나타내는 이더스캔에 따르면 1일 기준 이더리움 계열 코인 전송에 필요한 가스비는 저속(약 10분) 19Gwei에서 고속(약 30초) 24Gwei 수준인데, 이는 현재 이더리움 시세로 환산하면 1.06∼1.34달러에 불과하다. ERC-20 계열 코인 전송에 드는 비용도 3.29달러에서 높아야 4.15달러 수준이다. 단순 계산하면 거래소가 가져가는 마진이 약 8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프로비트의 출금 수수료는 업비트 등 대형 거래소와 비교해도 높다. 업비트는 ERC-20 계열 코인의 경우 출금 수수료를 ETH가 아닌 각 코인으로 받는데, 톤(TON) 코인은 2TON(약 1만6000원), 마나(MANA) 코인은 35MANA(약 3만4600원)을 부과한다. 코인 거래 시세에 따라 실질 출금 수수료는 달라질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프로비트 대비 절반 이하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권에 들지 못한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이 무더기로 출금하는 소위 '코인런'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데, 고객이 보유 자산을 인출할 때 거래소가 선의를 갖고 이를 지원할 것인지, 인출해 줄 능력은 있는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프로비트, 100종 이상 유의종목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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