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방사능 견디는 압력·온도 센서 개발...24시간 노출에도 '끄떡없어'

압력-온도 복합센서 부착 장갑으로 딱딱한 물체를 집어 압력 차이를 감지하는 시연 모습. 사진 왼쪽부터 슈브라몬달 UST 학생연구원, 최춘기 ETRI 책임연구원.
압력-온도 복합센서 부착 장갑으로 딱딱한 물체를 집어 압력 차이를 감지하는 시연 모습. 사진 왼쪽부터 슈브라몬달 UST 학생연구원, 최춘기 ETRI 책임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방사능에 견디는 플렉서블 복합소재 기반 센서를 개발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김명준)은 그래핀, 맥신, 고분자수지를 조합한 복합소재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내방사선 압력-온도 복합센서를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기존 원전 장비는 주로 납으로 차폐해 보호하는데, ETRI는 납 없이 고에너지 방사선에 노출돼도 물리·화학적 변화가 없으면서 압력과 온도를 모두 측정할 수 있는 복합 센서를 개발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에서 성능 확인도 마쳤다.

사람에 치명적인 수준의 방사능 강도로 실험했다. 24시간 동안 '코발트-60'으로부터 감마선 20그레이(Gy·방사선 에너지가 매질에 흡수된 정도)를 조사했을 때도 소재 변화나 이상이 없었다.

개발 센서는 유연필름 형태다. 무게가 가볍고 넓은 면적과 다양한 형태로 제작할 수 있다. 물체 감지 센서로 활용할 수 있다. 의수는 물론, 극한 환경에 투입되는 로봇에 적용할 수 있다.

방사선 뿐 아니라 고주파수 전자기파 차폐 효과도 뛰어나다. 5G 통신용 전자장치나 자율주행자동차 레이더 시스템, 항공우주산업 분야에서도 쓰임새가 높다.

의복 형태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원전이나 병원의 방사선 노출 구역 등에서 사용하는 무거운 납 보호복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오랜 시간 축적한 2차원 복합소재 관련 기술 노하우를 기반으로 센서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개발 기술은 국내 및 미국 특허 등록이 진행 중이다. 바로 기업이전이 가능할 정도로 기술이 무르익은 상태다. 2년 내 관련 제품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최춘기 ETRI 나노전자원소자연구실 책임연구원은 “이번 기술은 뛰어난 차폐 성능을 가지고 있다”며 “방사선이나 전자파 노출이 많은 환경에서 안전하면서도 편리하게 작업하고, 전자장치 작동을 쉽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연구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