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놓고 또 충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놓고 또 충돌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놓고 보험업계와 의료계가 또다시 충돌했다.

의료계는 보험금 청구와 관련 환자정보를 보험사에 제공할 경우 정보유출, 보험 거절 등으로 이어져 공적의료보험체계 근간을 흔들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반면에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은 이런 의료계 주장에 반박, 환자 편의를 위한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2일 시민사회단체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 추진 문제점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실손의료 청구 간소화 법안은 실손보험 가입자 편의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내지 제3기관을 중계기관으로 둬 민간 보험사가 환자정보를 손쉽게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이날 “최근 소액진료비 청구 간소화를 명분으로 보험업법 개정안이 여럿 발의됐지만 소액청구 간소화는 영수증만 전송하는 등 다른 간소화 방법이 존재한다”면서 “실손보험 지급률 향상을 위한 핵심 규제 방법은 건강보험 진료와 비급여 진료 혼합진료를 금지하고 민간보험이 비급여진료비 영역만 보장하도록 규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험사에 개인진료내용 전산자료를 송부하겠다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반대하고 있다. 민간보험사가 개인 민감정보인 의료정보를 수집해 추후 환자 보험금 지급 거절, 보험 가입 거절 등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보험업법 개정안은)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법상 보호되는 민감정보인 건강정보 일체를 민간보험사에 귀속가능하게 하는 악법”이라면서 “헌법상 사생활 비밀의 보장권을 형해화하는 위헌 소지카 크다”고 강조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도 “한국 의료체계가 공보험인 전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의해 운영되는 공공방식이라는 점에서 민간보험회사와 의료공급자 환자정보 교류는 공적보험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험업계와 금융당국 등은 이런 의료계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서 정면 반박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소비자는 물론 오히려 병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기준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장은 “2021년 코리아리서치 국민조사, 국내 시민단체들에서 수차례 조사했듯이 실손에 가입한 국민이 9만7000개 병원 영수증과 내역서를 발급받고 이것을 챙겨 청구하다 보니 귀찮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 국민 의견을 수렴해 참여한 것”이라면서 “이런 취지를 영리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하겠다는 의도로 몰아가는 의료계 주장이 당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모든 금융절차는 이용자 동의와 선택을 전제로 하며, 금융거래 정보를 활용하는건 금융회사가 무단으로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동엽 금융위원회 보험정책과장은 “의료계 주장이 단지 청구 전산화를 무산시키기 위한 주장인지, 정말 진정성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면서 “이미 건강보험, 자동차보험 등이 전산화가 되어 있고, 정보유출이나 그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이걸 실손보험에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계가 자신들의 이익을 의도로 새로운 혁신과 새로운 시도의 싹을 자르지 않으면 한다”고 전했다.

현재 실손보험 간소화 관련 법안은 20대 국회에 이어 21대에도 고용진·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김병욱·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등이 5개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의료계 반대 등으로 장기간 계류된 상황이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