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심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확산하는 가운데 중소기업은 대응체계 마련에 혼선을 빚고 있다. 대기업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협력업체는 ESG가 당장 압박으로 작용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등 사회적 요구도 커졌지만 중소기업은 아직 준비가 미흡한 실정이다. 현황 파악부터 대응 가이드라인까지 대비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벤처·스타트업의 ESG 대응은 극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개별 기업의 전담팀 가동이나 관련 대응 연구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나마 중소기업중앙회가 다음 달 1일 중소기업 ESG 대응을 위한 전담팀을 꾸려 업계에 필요한 대응 수준에 나설 계획이어서 형식은 갖춘 상황이다.
우선 실태 파악이 이뤄지지 않았다. 글로벌 업계 동향이나 제한 사항, 경영에 필요한 조치도 명확하게 도출되지 못했다. 중기중앙회가 급히 전담반을 꾸린 것 역시 기초 조사부터 시작하기 위한 조치다.
당장 비상이 걸린 것은 대기업 협력사이다. 대기업의 ESG 경영 전환을 위해서는 결국 생산 과정 전반에 대한 ESG 항목이 담겨야 한다. 자연스레 대기업에 납품하는 하도급업체에도 다양한 의무가 부과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ESG 가운데 그나마 환경 분야에서는 조금의 정보가 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에 따라 늘어난 친환경 에너지, 폐기물 최소화 등 정부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것과 방향성이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S), 지배구조(G)와 관련한 인식은 매우 낮다. 당장 중소기업계는 새해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기업특별법에도 대응이 어렵다. 중소기업 현장의 외국인 근로자 인권 문제를 비롯해 산업안전·근로기준 등 ESG에서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법을 알고 있는 기업은 극히 드문 형편이다. 내부거래 등 지배구조 문제는 아예 논의 바깥에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나 업계 차원에서의 대응 매뉴얼 필요성을 제기한다. 업종별 단체나 유관기관에서 중소기업이 따를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중소기업에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들의 조언이다. 대기업 생태계에 포함된 협력업체는 관련 기업군에서 필요한 조치 사항을 함께 만들어 가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정부도 중소기업 ESG 지원을 위한 기본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갑작스러운 변화를 맞아 중소기업에 ESG가 또 다른 규제가 되지 않도록 하는 데 우선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논의가 확대되는 ESG 경영에 더 빠른 선제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향후 나타날 의무사항이 규제로 다가오기 전에 앞선 대응으로 경쟁자보다 좋은 지위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중소기업 한 관계자는 “갑자기 불어닥친 ESG 요구는 중소기업에 또 다른 대기업의 갑질과 정부의 규제로만 여겨지기 쉽다”면서 “중소기업이 실제 따를 수 있는 표준 가이드라인이 시급히 도출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