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확대에 나서면서 친환경 스타트업에 '임팩트 투자'를 늘리고 있다.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ESG를 실천하며 수익모델을 만들어 가는 사회벤처 스타트업이 주 대상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벤처투자업계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환경 분야 스타트업들이 국내 대기업들로부터 투자 러브콜을 잇달아 받고 있다.
미생물·곤충을 활용해 음식물쓰레기를 자원화하는 시스템을 갖춘 뉴트리인더스트리. 올해 말 투자 유치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복수의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기업설명회(IR) 요청을 받아 투자 유치 일정을 앞당겼다. 이미 롯데에서 시드 투자는 받았다. 이달 안에 25억원 규모의 프리A 투자를 추가로 받을 예정이다. 뉴트리인더스트리는 음식물쓰레기를 미생물과 혼합해 곤충 사료로 만들고, 곤충과 곤충 분변토를 각각 양계사료 및 비료로 만드는 것을 비즈니스 모델로 한다.
홍종주 뉴트리인더스트리 대표는 “최근 대기업 세 곳에서 먼저 연락이 와 투자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식음료에 종사하는 대기업의 경우 음식물을 재활용해 환경 보호를 하면서 기업 이미지도 제고할 수 있어 투자에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해조류로 친환경 신소재를 개발한 마린이노베이션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았다. 해조류 부산물로 플라스틱·목재 대체재를 만든다. 식용으로 쓰기 어려운 미역·다시마의 견줄기와 뿌리를 활용해 일회용 접시나 컵, 계란판, 과일용기 등 포장용기를 만든다. 이 제품은 사용 후 폐기 시 완전 생분해되기 때문에 환경 오염 우려까지 획기적으로 줄였다.
차완영 마린이노베이션 대표는 “최근 대규모 생산 공장을 짓기 위해 3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나섰다”면서 “국내 대기업은 물론 싱가포르, 프랑스 등 해외 투자사까지 관심이 높아 투자 유치 규모가 예상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인공지능(AI) 수거 로봇으로 페트병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수퍼빈도 휴맥스의 초기 투자를 거쳐 지금은 GS칼텍스, 롯데케미칼 등 복수 대기업과 투자 확대를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2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완료한 데 이어 올해 안 추가 투자 유치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커피 찌꺼기를 활용한 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있는 포이엔도 SK에너지의 투자 유치로 주목을 받았다.
앞으로도 국내 대기업들의 친환경 소셜벤처 분야 '임팩트 투자'는 계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탄소중립, 그린에너지 등 이슈로 단기간에 친환경 성과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미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스타트업과의 협업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환경 스타트업은 수도권 이외 지역에 기반을 둔 경우가 많다. 투자 대기업은 지역 균형 발전에 기여했다는 명분을 얻기에도 좋다.
벤처캐피털 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대기업이 전국의 환경 소셜벤처 현장을 찾아 협력을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다”면서 “친환경 사업이면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기여하고, 지역발전 기여까지 세 마리 토끼를 노릴 수 있는 수단이 된다”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용어 설명: 임팩트투자
단순히 수익 추구를 넘어 사회나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나 기업에 자금을 투자하는 행위를 말한다.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만한 사업이나 기업을 적극 찾아서 장기적으로 접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