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보통신 사상 최고 발명품은 뭘까. '정보화'다. 김영삼·김대중 정부를 관통하면서 경제정책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천연자원 부족 국가를 초고속인터넷 경제 강국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최근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던 창조경제·디지털뉴딜·인공지능(AI) 전략의 확고한 기반이 됐다. 정보화사업의 눈부신 성과로 1인 1PC 시대를 지나 1인 1스마트폰 시대를 넘고 있다. 모든 사람이 AI를 활용하는 1인 1AI 시대도 멀지 않았다.
1인 1X 시대를 일컫는 기준은 뭘까. 네 가지 정도로 정리하고 싶다. 해당 기기(또는 소프트웨어)를 생업에 쓸 수 있어야 한다. 취미, 스포츠, 모임 등 사생활에 이용해야 한다. 상품·서비스 구매와 판매 등 경제 활동에 이용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 병원, 금융 등 공적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1인 1AI 시대는 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을 이용, 신체 활동을 넘어 정신 활동까지 도움을 받는다.
1인 1AI 시대의 풍경은 어떠할까. 엔지니어 A의 일상을 보자. 집에 있으면서도 공장과 똑같이 생긴 가상세계(디지털 트윈)를 들여다보고 AI의 도움을 받아 작업할 수 있고, 동료와의 협업도 가능하다. 가상현실(VR) 환경에서 직원교육을 받고, AI를 통해 교육성과를 스스로 평가할 수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불특정 다수와 함께 증강현실(AR)을 활용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복잡한 게임도 AI의 조언을 받아 쉽게 참여할 수 있다. 병원 의사와 원격으로 상담하며 질병의 증세 및 치료방향(치료약 처방 또는 수술)을 들을 수 있고, AI를 통해 어떤 선택을 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가구, 의류 등을 살 때는 AI 조언을 받아 가구를 배치하거나 입어 보면서 선택할 수 있다. 은행 대출을 고민하는 경우는 AI 조언으로 적절한 맞춤형 대출상품을 고를 수 있다. 물론 제3자가 개인정보를 탈취하려는 경우나 사기를 당할 징후가 있는 경우는 AI로부터 주의 신호를 받을 수 있다.
대기업은 초거대 AI를 도입하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챗봇, 질병 진단 같은 특정 용도에 봉사하는 정도를 넘어 자연스러운 대화뿐만 아니라 소설·작곡·발명 등 창작까지 가능한 AI에 다가서고 있다. 그러나 민간 참여가 없거나 미흡한 대기업의 자본 중심 AI는 시장의 구조적 왜곡과 종속을 야기할 뿐 민간에 일자리를 주지 못하고, 그 결과 시장의 구매력을 높일 수 없다. 정보화 성공도 초고속망이 촘촘히 구축된 덕도 크지만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단말을 보급해 민간의 시장 참여를 끌어냈기에 가능했다. AI 시대 성공은 개인 참여를 통한 민간 활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이 1인 1AI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지속적 네트워크 투자다. 개인이 어디서든 AI를 편리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는 유무선을 통해 촘촘한 네트워크가 필수다. AI 네트워크 및 장비의 고도화가 요구된다. 이동 중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전파 자원 개발도 중요하다.
둘째 다양한 크기·형태·가격과 휴대 방식의 AI 단말이 개발 및 보급돼야 한다.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한 업무를 가능하게 하는 형태의 AI부터 의료·수술에 이용되는 개인AI, 공장 등 산업 현장에 이용되는 개인AI, 재난 등 위험 상황에서 이용되는 개인AI, 장애인·노약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개인AI까지 각각의 특수성을 감안해 고도화돼야 한다. 사람의 안전을 최우선하는 기능이 탑재돼야 함은 물론이다.
셋째 법령도 정비돼야 한다. AI를 통해 접속한 세상에서 활용되는 가상 재화·기기에 대한 지식재산권, 개인정보, 가상공간에서의 범죄 등 역기능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논의를 통해 정리해야 한다. 인간의 존엄 등 기본 가치를 훼손하거나 생명·신체 안전에 위협을 불러오는 일들은 1인 1AI 시대라 하더라도 용납될 수 없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sangjik.lee@bk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