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 인수전…롯데 vs 신세계 '2파전'

매각 본입찰, 두 곳만 인수의향서 제출
SKT "아마존과 협력" MBK "지속 관심"
'오픈마켓 점유율 12%' 매력적이지만
최대 5조원 매각가 '승자의 저주' 우려

이베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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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유통 대기업인 롯데와 신세계 2파전으로 압축됐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SK텔레콤과 MBK파트너스는 입찰에 응하지 않았다. 다만 MBK 측이 계속 관심을 두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날 매각 주관사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진행한 이베이코리아 매각 본입찰에 롯데그룹 롯데쇼핑과 신세계그룹 이마트 두 곳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이보다 앞서 적격인수후보로 선정되던 SK텔레콤과 MBK파트너스는 불참했다.

SK텔레콤은 인수가격에 대한 부담 등으로 아마존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MBK 측은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계속 관심을 두고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 뒀다.

일각에선 MBK 측이 마감 시한 연장을 통해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프라이빗 딜인 만큼 우선협상대상자가 공식 선정되기 전까지는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다.

롯데쇼핑과 이마트의 인수 제안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업계에선 이베이코리아 몸값을 3조~4조원대 수준으로 보고 있다. 경쟁이 붙어서 5조원까지 가격이 올랐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이베이는 양측 제안서 내용을 검토한 뒤 이르면 다음 주 본사 이사회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공산이 높다. 다만 이번 입찰 제안서 결과에 따라 본입찰 일정이 연장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모두 인수 의지가 뚜렷한 만큼 유통 맞수 간 치열한 자존심 대결이 예상된다. 양사 모두 온라인 커머스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빠른 시일 안에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연간 거래액이 20조원에 이르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단숨에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카드다.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옥션·G9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거래액(GMV)은 약 17조원, 매출은 1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830억원이다. 네이버(18%), 쿠팡(13%)에 이어 국내 오픈마켓 시장 점유율 기준 3위(12%)다. 누가 인수하더라도 국내 e커머스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규모다.

반면에 지난해 롯데온과 SSG닷컴 거래액은 각각 7조6000억원, 3조9000억원에 불과하다.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 롯데와 신세계 모두 이베이코리아를 품어야 쿠팡, 네이버와 함께 빅3 반열에 올라 시장 주도권을 놓고 경쟁할 수 있는 구도가 형성된다. 자칫 경쟁사에 내줄 경우 '규모의 경제'에서 완전히 밀릴 수 있다.

특히 신세계는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본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와의 협력 관계를 통해 단숨에 e커머스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점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매각 측과 인수 희망업체 간 가격 격차가 크다는 점이 관건이다. 이베이는 이베이코리아 매각가로 최대 5조원을 원하고 롯데와 신세계는 자칫 '승자의 저주'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깊다. 인수에 성공해도 추가 투자가 필요하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유력 인수 후보이던 카카오와 SK텔레콤이 인수전에서 빠진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이다. 결국 롯데와 신세계 간 최종 승부는 가격에서 결판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실사 과정에서 매각 희망가 5조원은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었다”면서 “적정 인수가를 놓고 매각 측과 인수 희망업체 간 차이가 크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