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제주지사가 8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빨리 수면 위로 나와서 정치력을 검증받고 국민에게 비전을 보여 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아직 수면 아래에 있어 행보가 불투명한 면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원 지사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검찰 인사와 관련해 윤 전 총장의 침묵을 비판하고 공개 활동을 촉구했다. 원 지사는 평소의 소신 발언이라 하지만 순수하게 읽히지 않는다.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대권 지지율이 좀체 올라가지 않는 상황에서 경쟁자를 견제하고 윤 전 총장과 같은 급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그래도 빠른 시일 안에 윤 전 총장이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에는 공감한다. 윤 전 총장을 향한 국민의 피로감이 갈수록 높아 가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은 사실상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거수일투족이 관심거리다. 연일 언론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본인이 아니라 주변 측근을 통한 '전언' 형태의 소식이 전부다. 대권을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지만 '상황 파악 중'이라는 공허한 메아리만 돌아온다. 국민의힘 입당에서 대선 참모조직 결성, 공보담당 선임까지 각종 억측만 무성하다. 고도의 정치 전략이라 하지만 이제는 본인 입장을 밝힐 때가 됐다.
윤 전 총장은 이미 가장 강력한 야권 대권주자다. 그것도 지지율 측면에서 여권 후보들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인지도를 확보했다. 정말 대권 의지가 있다면 변죽만 울리는 행보로는 결코 큰 정치를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윤석열 스타일'과 맞지 않다. 본인이 대권 후보로 뜬 이유를 곱씹어 봐야 한다. '공정'이라는 시대정신도 있었지만 기존의 노회한 정치인과 다르기 때문에 주목받은 것이다. 장소와 대상을 가리지 않고, 좌고우면 없이 윤석열 특유의 스타일을 고집했기에 국민이 열광했다. 정치는 이미지다. 후발 정치인이 다른 정치인과 같다면 정치 생명은 짧을 수밖에 없다. 정치인이기에 앞서 이미지를 어떻게 가져갈지가 중요하다. 시간을 질질 끌수록 절대 유리하지 않다. 이제는 등판해야 한다. 본인 목소리로 입장을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