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선 인공지능(AI)이 그린 그림이 43만달러(약 4억 8000만원)에 팔리며 이슈가 됐다. AI뿐만 아니라 태국 관광지에서는 코끼리가 그린 그림이 화제가 되기도 하고, 어린 침팬지 콩고는 '예술 하는 침팬지'로 화제를 모으며 콩고가 그린 그림이 전시되기도 했다.
과연 이런 그림을 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통상적으로 창작은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 왔다. 또 현행법상 창작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어야 한다.
최근 창작 영역에서 AI 기능은 인간이 수행한 결과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놀라운 결과를 보여 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구글의 AI '딥드림'(Deep Dream)이 만들어 내는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이미지는 실질적으로 인간 창작물과 구분하기 어렵다.
AI 기술은 과학기술 발전과 4차 산업혁명 촉발에 힘입어 다양한 산업과 접목되면서 산업 구조 및 사회·경제 변화까지 끌어낼 핵심 동력으로 주목받으며 성장했다. 이와 더불어 AI 창작물을 보호할 것인지, 어떠한 방식으로 보호해야 하는지 등 논의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AI 관련한 지식재산권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가는 과정에 있다. 2019년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는 AI와 관련 지식재산 분야에서 논의하거나 해결이 필요한 주요 질문을 공유하면서 상호 이해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는 정책 이슈의 초안 6대 분야(특허, 저작권, 데이터, 디자인, 기술격차 및 역량개발, IP 관리결정에 대한 책임)를 제시했다.
AI 창작물에 대해서는 유럽연합(EU) 및 미국의 경우 원칙적으로 인간이 창작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인간 저작자의 창의적 입력이나 개입 없이 임의 또는 자동 작동하는 것은 등록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홍콩, 인도, 아일랜드, 뉴질랜드의 경우 컴퓨터로 만든 작품을 보호하는 별도의 법을 제정했다. 영국의 경우 컴퓨터가 생성한 작품은 다른 저작권에 비해 짧은 보호 기간을 규정으로 정했다.
중국의 경우 AI 창작물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 중국 텐센트사의 AI 드림라이터(Dream writer)가 작성한 경제분석 기사에 대한 내용으로, 저작권 주제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문장 표현이 합리적이고 논리적 독창성이 있다고 판단된 사례다.
일본의 경우 2015년부터 '지적재산추진계획 2016'을 통해 AI에 의해 생성된 생물에 대한 지식재산 보호 방향 등의 구체적 검토와 대비 및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20년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산하의 AI-IP 특별전문위원회를 출범, 지식재산 혁신전략(안)을 통해 쟁점 이슈에 대응할 실효 방안을 도출하고 있다.
AI 기술의 중요성과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인식한 주요국은 다양한 발전 전략 및 정책을 통해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AI-IP와 관련해서도 미래에 발생 가능한 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한 논의 및 합의 도출에 힘쓰고 있다.
AI 기술의 다양한 변화와 발전 가능성을 고려해 AI 산업 발전과 국제적인 지식 재산 협력 강화에 대응하면서 차별화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발생 가능한 다양한 내용을 고려한 차별을 둔 제도 개선을 통해 특허제도를 어떻게 발전하고 정비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공희정 안양대 지식재산교육센터 교수 jackkong@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