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기업가들은 기업 경영의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성장자금 확보' '전문인력 충원'을 꼽았다. 또 제2 벤처 붐 확산과 맞물려 필요한 정부 과제로는 '벤처기업의 연구개발(R&D) 촉진 및 신기술 확보 지원'이라고 답했다.
14일 전자신문과 벤처기업협회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4일까지 157개 벤처기업의 임원급 이상 경영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39.7%가 기업 경영 애로 사항으로 '투자유치 등 자금 확보의 어려움'을 가장 많이 꼽았다. 지난해 우리나라 벤처 투자는 4조3045억원으로 역대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런 뭉칫돈이 초기 스타트업, 비대면, 바이오 분야 등 특정 산업군으로 쏠리면서 대다수의 벤처기업들은 '투자 풍요 속 빈곤'과 마주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뒤를 이어 응답자의 36%가 전문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기술벤처기업의 핵심은 '사람'이지만 대기업과 일명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플러스·쿠팡·배달의민족)에서 우수 인력 채용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벤처기업은 신규 인력유입은커녕 기존 핵심 인재 유출을 막는 데 전전긍긍했다.
벤처기업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당장 투자 유치가 급한 상황에서 상장이나 스톡옵션을 얘기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니 개발자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면서 “대학, 연구소 등을 통한 조인트벤처 형식의 고급 기술 인력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벤처기업가들은 기업 경영의 어려움으로 △급격한 시장 변화에 따른 대응(10.5%) △과도한 정부 규제로 인한 신사업 추진 어려움(9.4%) 등 순으로 답했다.
앞으로 정부가 벤처 활성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는 'R&D 촉진 및 신기술 확보 지원'이 27.9%로 가장 높았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 대응과 미래성장성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R&D 투자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그댜음으로 전문 인력 유입을 위한 제도 개선 요구가 많았다. 응답자의 22.3%가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전문 인력 확보에 정부가 더 적극 나서 줄 것을 요구했다. 이외에 벤처활성화를 위해 데스밸리(Death Valley) 극복 및 성장단계 지원책 마련(16.4%), 대·중소기업 상생 기반 마련(11.5%), 신사업 추진을 위한 규제개혁(10.5%) 요구가 많았다.
벤처기업에 가장 불편이 되는 규제로는 주52시간 등 노동 및 근로 규제(35.2%)가 꼽혔다. 당장 오는 7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주52시간제가 확대 시행됨에 따라 다수의 벤처기업이 이 제도에 적용된다. 신규 인력 채용도 어려운 상황에서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 당장 제품·기술 개발에 차질을 빚게 된다는 우려다.
선진국과 비교한 우리나라 벤처생태계 수준에 대해 부정적(매우 낮다, 낮다)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47.2%나 됐다. 벤처 투자시장에서 개선될 부분으로는 기술벤처에 대한 기업 가치가 제대로 인정돼야 한다는 답이 36.9%로 가장 높았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연구소 부소장은 “벤처 투자를 더욱 활성화·규모화하기 위해서는 민간투자자에 대한 세제 지원과 출자 규제 완화 등 인센티브를 늘려야 한다”면서 “인재들이 벤처로 유입될 수 있도록 스톡옵션 제도 개선이나 내일채움공제 확대 등 다양한 유인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