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사, 무급휴업·무쟁의 등 자구안 합의...산은 “합의 환영한다”

쌍용자동차 노사가 기업회생을 위한 자구안에 대해 최종 합의했다. 이 자구안은 KDB산업은행이 요구한 무쟁의 확약과 단체협약 변경 주기를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등의 핵심 내용이 포함됐다. 이날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도 쌍용차 노사 합의에 환영한다는 뜻을 전하면서 추가 지원 기대감이 높아졌다.

쌍용차는 14일 평택공장에서 자구안에 대한 조인식을 가졌다. 정용원 관리인을 비롯해 정일권 노동조합위원장, 노사 교섭위원 등 관련 임직원이 참석했다.

정용원 관리인(오른쪽)과 정일권 노동조합 위원장이 합의안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용원 관리인(오른쪽)과 정일권 노동조합 위원장이 합의안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자구안은 고용은 유지하면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으로 마련됐다. 지난 7~8일 실시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선 52.14% 찬성으로 통과됐다.

자구안 주요 내용은 △무급 휴업 2년 △현재 시행 중인 임금 삭감 및 복리후생 중단 2년 연장 △임원 임금 20% 추가 삭감 △무쟁의 확약 △단체협약 변경 주기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변경 △효율적인 인력 운영 및 생산 대응 △유휴자산 추가 매각(4개소) 등이다.

노사는 무급 휴업의 시행일을 이달 중 노사협의를 통해 결정하고, 내달 초 시행할 예정이다. 무급휴업에 따른 효율적 인력 운영을 위해 라인 간 전환배치를 실시 하고 시장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노사는 향후 5년간 신규 채용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실질적 인력 구조조정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매년 150여명(자연 감소율 17%) 정년퇴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차 분야에서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쌍용차는 첫 전기차 'E-모션'도 조만간 내달 유럽에 출시한다. 유럽 배출가스 규제에 따른 패널티를 고려한 조치로 국내 출시를 생산자금 부족 등으로 당분간 보류했다. 부족한 자금력을 채워줄 새로운 투자자 유치와 KDB산업은행 지원 확약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쌍용차 노사가 2년 조건부 무급 휴직이 핵심인 자구안 합의에 대해 “진일보한 것은 사실이라 감사한다”고 전했다.

다만, 쌍용차 노사가 합의 자구안이 충분한지는 좀 더 따져본 후 지원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사업계획서를 제시하면 타당성 검토를 거쳐 금융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산은은 일관되게 경영 능력을 갖춘 투자자 유치와 지속 가능한 사업계획이 있어야 금융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회장은 “그것(자구안)이 충분한지는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며 “우리 요구사항이 일부 반영됐지만 다 반영된 것은 아니며, 핵심 사항에서 아직 충족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자구안 통과를 디딤돌 삼아 경쟁력 있는 투자자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통한 기업회생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