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국민이 바라는 원자력 안전의 미래 '투명성과 신뢰'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6일 원자력안전 국민참여단으로부터 원자력 안전 미래에 관한 제안서를 받았다. 다양한 직업·지역·세대 등을 대표해 200명으로 구성된 국민참여단은 지난 8개월 동안의 열띤 숙의로 원자력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안전을 위한 미래로 녹여 냈다. 이는 원자력안전 분야 최상위 법정 계획인 '제3차 원자력안전종합계획' 비전과 정책 방향 등으로 빠짐없이 담기게 된다.

국민참여단은 앞으로 5년 동안 원자력 안전 규제에 국민 참여를 확대하고 이를 통해 투명성과 신뢰성을 더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더불어 실효성 있는 원전안전관리 체계와 빈틈없이 촘촘한 방사선 규제 체계, 안전규제 인프라 확충 등 정책 방향도 제안했다.

국민참여단의 헌신으로 원자력안전에 대한 국민 생각을 확인했으니 원안위를 비롯한 정부는 이를 이행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사실 법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국민참여 재판이나 국민이 예산 편성에 참여하는 국민참여 예산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다른 분야에서는 국민 참여가 이미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안전 분야는 두 가지 문제 때문에 국민 참여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에서 원자력이 상징하는 이념적 성격이다. 이로 인해 원자력안전 역시 국민 안전과 관련된 의제임에도 종종 찬반의 극한 대립이 이어져 왔다. 이를 극복하고 '원자력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안전 관점에서 오롯이 담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필요했다.

두 번째는 원자력의 고유 전문성으로 인한 기술장벽이다. 이로 인해 국민 참여를 설계하던 초기에는 '기술적으로 복잡하고 어려운 원자력을 과연 일반 국민이 다룰 수 있을까' 하는 의혹 어린 비판도 많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고 일반 국민이 쉽게 논의에 참여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 역시 우리의 어려운 숙제였다.

앞의 두 가지 문제 해결을 위해 원안위는 국민참여단의 목적과 범위 등을 규정한 국민참여단 숙의 규칙을 마련, 국민 안전 관점에서만 논의가 진행되도록 했다. 또 국민 기술장벽 해소를 위해 여러 전문가로 숙의 지원단을 운영, 논의에 필요한 사전학습과 질의응답을 지원했다.

그럼에도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던 우리의 준비는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 의지로 극복할 수 있었다. 또 현명한 국민은 우려한 것과 달리 이념을 초월해 안전에 관한 성숙한 논의를 이어 나갔다.

“자세히 알지 못하는 원자력 정책을 만든다고 해서 도움이 될까 고민했지만 함께 토의하고 숙의하며 발표하면서 조금은 도움이 됐다는 느낌을 받아 뿌듯했다.”

국민참여단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한 한 분의 참여 소감이다. 또한 국민참여단은 설문조사에서 국민참여단 활동을 통해 대다수가 원자력안전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으며, 향후 국민참여단에 다시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여러 제약이 있었지만 이번 국민 참여 경험은 정부와 국민 간 실질적 소통의 장을 열었다며 자평했다.

'민지소욕(民之所欲) 천필종지(天必從之)'라는 말이 있다. 백성이 하고자 하는 바를 위정자가 행하지 않으면 하늘이 이뤄 준다는 뜻이다. 하늘도 움직이는 국민의 뜻은 마땅히 정부가 따라야 한다. 이를 위해 원안위는 우리 국민이 주신 제안을 구현하기 위한 세부 계획도 착실하게 준비해 국민이 원하는 바를 실현하고자 한다. 또 이번 국민 참여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원자력안전정책의 기본 바탕이 되도록 국민의견 수렴을 위한 플랫폼 구축, 국민 참여 제도화 등 국민의 뜻인 '적극적인 국민참여를 통한 신뢰와 투명성'을 꼭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chairman@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