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효율 가전 구매비용 지원 사업'이 시행 2개월이 지났지만 예산 집행률은 7%대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하반기 1500억원씩 편성된 예산이 각각 3개월, 2개월 만에 소진된 것과 대비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지난해와 달리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요금 복지할인 가구로 사업 대상을 한정하면서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지적됐다. 정부의 친환경 가전제품 확대와 내수 진작, 가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6일 한전에 따르면 지난 4월 23일 시작한 '한전 고효율 가전 구매비용 지원 사업'(이하 고효율가전 지원사업)은 이달 14일 기준 지원 신청 4만3000여건, 집행금액 53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업 개시 2개월 가까이 됐지만 전체 예산의 7.5%밖에 집행되지 않았다.
올해 사업은 한전의 전기요금 복지할인 가구 대상으로 고효율 가전 구매 시 가구당 최대 30만원까지 지원한다. 복지할인 가구는 △장애인(기존 1∼3급) △독립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3자녀 이상 출산(3년 미만) 가구 △생명유지장치 사용 가구 등이다.
올해 이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700억원이다. 사업 개시 약 2개월 동안의 집행률은 10%가 채 안 된다.
상·하반기로 나눠 진행된 지난해 으뜸효율가전 구매 환급사업이 각각 2개월, 3개월 만에 예산을 조기 소진한 것과 대비된다.
이 같은 온도 차는 지원 대상 변동 때문이다.
원래 이 사업은 에너지 취약계층 대상으로 고효율 가전 구매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유행으로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지원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했다. 예산도 추가경정 등을 통해 상·하반기 1500억원씩 총 3000억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올해는 지원 범위 역시 복지할인 가구로 다시 제한했다. 문제는 지난해 제외 평년보다 5~6배 많은 예산을 편성하면서도 지원 대상을 이전으로 제한,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경제 취약계층에게 일반 가전 대비 최대 100만원 이상 비싼 고효율 가전 구매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문제다.
특히 아직 코로나19 여파에도 완전히 벗어나지 않은 시점에서 올해까지는 지난해 사업 기조를 이어 가는 게 합리적으로 지적됐다.
업계는 지난해 3000억원 예산이 3조3000억~3조5000억원 가전제품 구매로 이어졌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과 협력사는 물론 중견·중소기업의 매출 신장에도 기여했다. 실제로 국내 주요 가전에 들어가는 중소기업 제조 부품 비중이 약 86%인 것을 감안하면 중견·중소기업이 거둔 직접 매출만 1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유통, 설치 등 관련 산업의 낙수효과까지 고려하면 경제적 효과는 더 커진다.
여기에 고효율 제품 연구개발(R&D) 투자도 이어져 지난해 기준 에너지 효율 1등급 가전 출시는 2019년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제도의 원래 취지에도 크게 기여한 셈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초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으뜸효율가전 사업은 가전시장뿐만 아니라 소비 활성화 전반에 크게 기여했다”면서 “특히 다양한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 협력사에까지 혜택이 돌아가는 만큼 올해도 연속성을 이어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지원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것은 물론 지난해와 같이 추경 등을 통해 예산도 늘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관계자는 “전 국민 대상 고효율가전 구매 지원은 세계 탄소중립 등 친환경 기조에 발을 맞추는 한편 가전 시장 활성화를 이끄는 동력”이라면서 “단순히 판매만 늘어나는 게 아니라 인버터, 컴프레서, 저전력 반도체 등 에너지 고효율 부품 R&D 확대로 이어져 우리나라 가전의 글로벌 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전 관계자는 “사업 초반이어서 신청자가 많지 않지만 홍보가 강화되면서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추경과 관련해서는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