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업계가 '한철 장사'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사업 다각화로 사계절 기업으로 변신한다. 제한된 국내 보일러 수요 한계를 탈피, 청정환기나 생활가전 영역으로 사업 확장에 나섰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동나비엔, 귀뚜라미, 린나이코리아, 대성쎌틱에너지스 등은 비 보일러 부문 역량 강화에 나섰다.
보일러 업계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영역은 '청정환기 시스템' 시장이다. 2020년 기준 국내 시장 규모는 연간 20만대, 약 15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지난해 4월부터 환기 설비 의무 설치 대상이 기존 100세대에서 30세대 이상 공동 주택으로 확대된 데다 코로나19로 집콕족이 늘면서 깨끗한 공기를 제공하는 청정환기 시스템 수요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경동나비엔은 기존 경동보일러에서 '생활환경 파트너'를 의미하는 경동나비엔으로 사명을 교체할 정도로 환기 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2019년부터 사업을 본격화해 올해 3월에도 '나비엔 청정환기시스템 키친 플러스'를 출시하는 등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경쟁사인 귀뚜라미 역시 공기 정화와 환기를 동시에 구현하는 '귀뚜라미 환기플러스 공기청정기스템'을 내세워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여기에 대성쎌틱까지 지난 달 청정환기 시스템 '대성 S라인 환기시스템'을 출시하면서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환기시스템은 보일러처럼 열교환기가 탑재돼 기술적 연관성이 높다”면서 “보일러 시장에서도 친환경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깨끗한 실내 공기 요구도 늘어나 환기까지 포함하는 종합 생활환경 기업으로 성장이 목표”라고 말했다.
보일러 업계에 부는 '가전 바람'도 매섭다. 보일러 시장은 통상 9월에서 2월에 수요가 몰린다. 비수기에도 안정된 수익 창출을 위해 생활가전에 눈길을 돌린 것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창문형 에어컨을 출시한 귀뚜라미는 카본 매트, 온수기, 농수산물 건조기 등도 판매 중이다. 창문형 에어컨은 출시 한 달 만에 1만대 판매고를 올렸고, 내년 출시를 목표로 에너지 효율 1등급 제품도 개발 중이다. 농수산물 건조기는 최근 2021년형 신제품 5종을 추가로 출시하면서 라인업을 강화했다.
국내 보일러시장 3위인 린나이코리아는 주방가전 경쟁력을 바탕으로 생활가전까지 영역을 확장 중이다. 기존 주력 품목인 가정·업소용 가스레인지를 시작으로 공기청정기, 의류건조기, 음식물 처리기 등 생활가전 라인업을 구축했다. 올해 하반기 전기레인지 신제품까지 출시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국내 보일러 시장은 연간 120만~130만대 수준으로 정체됐다. 친환경 보일러 설치 의무화로 숨통이 틔었지만, 여전히 교체 수요가 대부분이다. 더구나 수요가 가을·겨울철에 몰리면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절실하다.
청정환기 시스템, 생활가전 등 사업 다각화도 안정적 매출 구조 확보가 목적이다. 전자기기 개발, 생산 인력과 노하우가 있는 만큼 기술 장벽도 낮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 업체가 비 보일러 부문 매출은 10%가 채 안 된다. 이들이 노리는 생활가전 시장 역시 이미 가전·렌털업계가 장악한 만큼 신사업 매출 신장을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하다.
보일러 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일러 업계의 가장 큰 미션은 정체된 내수를 넘어 해외시장에 진출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찾는 것”이라면서 “기존 보일러 인프라와 노하우를 확장할 수 있는 사업 모델 발굴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