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생 이후 개인위생·건강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각종 위생용품 소비 또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소금이 첨가된 수돗물을 전기분해해 살균수를 제조하는 '전해수기'는 다수 제조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관련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이들 제품의 상당수는 '수돗물로 제조해도 99% 이상 살균효과가 있고 인체에 무해하다'고 표시·광고하고 있다. 소비자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 같은 살균효과를 볼 수 있다고 표시·광고하고 있는 13개 제품의 사용설명서를 조사했다.
설명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최소(최저) 작동 조건으로 전해수를 제조해 그 진위 여부를 시험한 결과 생성된 유효 염소량이 극미량(0.2~2ppm)에 불과, 살균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당시 제조업체들은 제조 시간을 늘리거나 소금을 첨가하면 결과가 달라진다고 주장했지만 사용설명서를 믿고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다.
다수 구매자는 최소 조건인 수돗물 제조 전해수로 99% 이상 살균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다.
전기·전자제품, 자동차 등 타 제품군의 성능 평가도 제작사가 제시하는 최소 조건에서 유효성을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또 신종 제품인 전해수기는 환경부가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으로 지정하는 고시안을 행정예고하고 본격적인 안전관리에 나섰지만 살균효과 평가기준은 여전히 부재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관련 사업자들이 실제 환경 조건이 반영되지 않은 시험 방법으로 확인한 살균효과를 표시·광고에 이용해도 믿을 수밖에 없다.
실제 생활 환경에는 다수의 유기물이 존재한다. 각종 세균은 이 같은 환경에서 증식하고 있지만 막상 세균 박멸을 위해 살균제를 뿌리면 유기물은 살균 성분과도 반응·결합,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소비자원은 유기물이 존재하는 실생활 환경이 반영된 '세균현탁액시험법'으로 전해수기 살균효과를 확인했다.
이보다 앞서 유럽연합(EU)에서도 살균소독제의 유효성 평가에 동일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조사 대상 7개 전해수기 제품은 부적절한 용도와 문구를 표시·광고하고 있어 관련 법률을 위반하고 있음도 확인됐다.
실제 '의약외품'이 아님에도 '손소독제', '동물용 의료기기'가 아님에도 '반려동물 살균제'(12개) 제품임을 표시하고 있었다. '무독성' '친환경'으로 과장 표시된 제품은 9개였다.
생활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과학기술 발전으로 신종·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이 지속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정보 비대칭성으로 사업자가 제공하는 표시·광고, 사용설명서에만 의존해 제품을 평가하고 구입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소관 부처가 관련 기준을 마련하는 데만도 수개월에서 수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전까지는 이러한 제품에 대한 관리 책임은 제조·판매업자 몫이 될 수밖에 없다.
해당 사업자들은 초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과장된 표시·광고를 시도하기가 쉽지만 결국은 관련 시장 전체가 위축되는 등 부메랑을 맞게 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 지향형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판매 시에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이와 함께 해당 업계가 이를 위해 공동 노력하는 것이 관련 시장을 더 확대해 나가는 방안임을 명심해야 한다.
하정철 한국소비자원 안전감시국장 hjc1010@kc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