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가 모바일 키보드 서비스 '스마트보드' 종료 방침을 철회했다. 유지를 희망하는 이용자 의견을 수용한 것이지만 최근 서비스 운영을 두고 연달아 매끄럽지 않은 의사결정을 내려 혼란도 우려된다.
네이버는 20일 “오랜 논의 끝에 스마트보드 서비스 종료 철회 결정을 내린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서비스 종료 공지 이후 이용자가 남긴 댓글과 리뷰에 감동과 감사를 느꼈다”면서 “시일이 지나도 서비스 유지 요청 의견이 사그라들지 않았고, 이런 사용자 의견에 귀 기울여 서비스 종료를 전면 재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보드는 네이버가 제공하는 모바일 키보드 서비스로 지난 2017년 도입됐다. 문자입력은 물론 인공지능(AI) 기술로 번역, 검색, 멀티미디어 공유 등 기능을 제공한다.
네이버는 스마트보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지난달 공지했다. 6월 이후 날씨와 뉴스노출, 설정저장·불러오기 기능을 중지하고 기능을 업데이트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시 네이버는 “기본 내장 키보드의 사용성이 점점 좋아지고 있고 다른 앱도 이미 많은 만큼, 네이버가 더 잘할 수 있는 서비스 연구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종료 결정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서비스 재개로 전환했다.
네이버는 지난달에도 이벤트 개시·종료 결정을 번복했다. 지난달 블로그에서 매일 일기를 쓰면 네이버페이로 보상하는 '오늘일기 챌린지' 이벤트를 시작했다가 수일 만에 일방적으로 종료했다.
네이버 블로그에 14일간 매일 일기를 쓴 이용자에게 1인당 16000원 상당 네이버페이를 지급하는 이벤트였다. 이벤트가 시작되자 일기가 아닌 내용을 올리거나 중복 보상을 노리고 여러 계정을 동원해 같은 내용을 반복 게재하는 '어뷰징(부정이용)'이 급증했다. 네이버는 사흘 만에 참여자에게 1000원을 지급한 뒤 이벤트를 종료했다.
이후 이용자들이 청와대에 반대 청원까지 올리자 네이버는 “미흡한 점을 보완해 이벤트를 재개한다”고 결정을 번복했다. 이벤트 취소, 재개까지 두 번이나 기존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이 같은 혼선을 두고 서비스 종류가 다양해지고 운영기간도 길어지면서 불가피한 일이라는 의견과 좀 더 의사결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오래된 서비스는 충성 이용자가 탄탄해 사용량이 적어도 쉽게 없애기 어렵다”고 말했다. 네이버 같은 거대 포털은 사회적 시선이 집중되기 때문에 이용자, 정치권 등 다양한 목소리에 실시간 반응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한 모바일 앱 운영사 대표는 “네이버 정도 되는 기업이라면 서비스 종료 시 어떤 저항이 있을지, 이벤트로 인해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예측한 후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능하다”면서 “잦은 결정 번복이 이용자 혼란은 물론 기업 신뢰도를 깎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