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의 2021년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출시가 다가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신형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 시리즈와 'Z플립' 시리즈를, 애플은 '아이폰13' 출시할 예정이다. 디스플레이 등 관련 부품소재의 양산이 시작됐다. 오는 8~9월 신제품 시판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1위고,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 회사의 하반기 전략폰에 적용되는 부품소재는 산업적 의미가 크다. 기술의 변화와 흐름을 알 수 있고 공급사에는 성장 기회가 된다.
◇갤럭시 폴더블·아이폰에 모두 RFPCB 공급하는 '비에이치'
하반기 삼성과 애플의 전략폰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는 곳은 비에이치다. 인쇄회로기판(PCB) 업체인 비에이치는 삼성 폴더블폰과 애플 아이폰13 시리즈에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를 모두 공급한다.
삼성 폴더블폰의 경우 Z폴드3 7.55인치 내부 디스플레이와 6.23 외부 디스플레이에 적용되는 RFPCB를 납품하고, Z플립2 6.7인치 내부와 1.9인치 외부 디스플레이용 RFPCB를 공급한다.
비에이치는 삼성 하반기 폴더블폰 전 모델을 수주했을 뿐만 아니라 하반기 아이폰13 4종 중 3종(5.4·6.1·6.7인치)에 RFPCB를 공급해 삼성과 애플 양대 스마트폰 업체 서플라이체인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RFPCB는 단단한 경성(Rigid)과 유연한 연성(Flexible) PCB가 결합된 제품이다. 비에이치가 만들어 공급하는 RFPCB는 디스플레이와 메인보드를 연결해 신호를 주고받는 용도로 사용된다.
비에이치가 디스플레이 업체에 RFPCB를 공급하면 디스플레이 회사는 패널과 RFPCB를 연결해 모듈을 만들고 이를 다시 최종 완제품에 적용하는 과정을 거친다.
비에이치는 삼성디스플레이 RFPCB 분야 핵심 협력사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와 애플에 각각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플렉시블 OLED를 공급하면서, 기술 개발에 참여한 비에이치가 동반으로 성장 기회를 잡고 있다.
특히 이번 아이폰13에는 전 모델 RFPCB가 적용돼 주목된다. 애플은 아이폰12 때 5.4인치와 6.7인치 OLED 패널에만 RFPCB를 쓰고, 6.1인치 2종에는 멀티레이어PCB를 탑재했다. 멀티레이어PCB는 범용이고 RFPCB는 고부가 제품이다. 업계에 따르면 RFPCB가 양면 FPCB보다 최소 2배 이상 비싸다. 아이폰12 때와 달리 아이폰13 시리즈에서는 전 모델 RFPCB가 탑재되기 때문에 아이폰13 전체 4종 중 3종에 RFPCB를 공급하는 비에이치에 관심이 쏠린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이유로 하반기 비에이치의 실적 성장을 예측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 부진을 딛고 하반기 본격적인 개선 사이클 기대된다”고 평가했으며 신한금융투자는 “비에이치가 3분기에 흑자로 전환해 영업이익 331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터플렉스, 삼성 Z폴드3에 '디지타이저' 공급
삼성 갤럭시Z폴드3의 주목할 변화는 '펜'이다. 펜 입력은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대표하는 기능이었지만 삼성전자는 그동안 폴더블 스마트폰에도 펜 기능 탑재를 준비했다.
폴드3의 여러 개발 과제 중 가장 핵심은 펜 입력 구현이었다. 화면을 좌우로 펼쳐 큰 화면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종이수첩처럼 필기를 가능케 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접었다 펼 수 있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자체도 개발이 어려운데, 펜 입력 기능까지 추가해야 한다. 펜을 사용함으로써 야기되는 찍힘이나 눌림 등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시한 폴드2에 펜 기능 구현을 시도했지만 개발이 부족해 탑재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펜 입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기술이 있어야 한다. 특히 펜 움직임을 인식하는 부품 '디지타이저'가 필수다. 폴더블폰에 맞는 디지타이저가 필요했다. 디지타이저는 펜의 움직임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주는 입력장치다. 자기장을 감지하는 일종의 센서 기판으로, 폴더블 디스플레이 속에 탑재되는 만큼 반복해서 접었다 펴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
폴더블폰용 디지타이저 개발과 공급은 인터플렉스가 맡았다. 인터플렉스는 1994년 설립된 국내 FPCB(연성인쇄회로기판) 전문 제조사다. 갤럭시 노트 시리즈에 디지타이저를 공급해온 회사다. 펜 입력과 관련한 핵심 협력사로, 삼성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에도 펜 입력을 탑재하기 위해 인터플렉스와 준비했다. 인터플렉스는 그간 실적이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폴더블 스마트폰에 대응하는 중요 부품을 상용화하면서 새로운 동력을 찾게 될지 주목된다. 폴더블폰이 차세대 스마트폰으로 성장 중이며 태블릿과 노트북 등도 폴더블로 발전하고 있어 폴더블 디바이스에 대응하는 펜 입력 기술은 중요성이 점차 커질 전망이다.
◇아이폰13·폴드 소재 공급사는
아이폰13은 총 4개 모델로 출시될 예정이다. 디스플레이 기준 6.7인치 1종과 6.1인치 2종, 5.4인치 1종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4개 모델 중 3개 제품에 플렉시블 OLED를 공급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이폰13에 납품하는 OLED는 'M11'으로 불리는 재료 세트로 만들어진다. OLED는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발광소재를 통해 영상을 표현하는 디스플레이다. 각 소재 조합으로 성능과 수명이 결정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고성능·고품질의 OLED를 만들기 위해 M11이라는 최신 재료들을 구성했고 이를 아이폰13과 삼성 폴더블폰(Z폴드3·Z폴드2)에 적용하기로 했다.
때문에 M11에 채택된 OLED 소재들, 즉 M11에 소재를 공급하는 회사들이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M11에 이름을 올린 회사는 삼성SDI, 덕산네오룩스, 솔루스첨단소재가 있으며 해외에서는 UDC, 듀폰, SFC 등이 포함됐다.
글로벌 OLED 소재 업체들이 포진한 가운데 국내 소재 회사들이 약진해 주목된다. 대표 기업이 덕산네오룩스다. 이 회사는 M11에 레드프라임, 그린프라임, HTL 총 3개 소재를 공급한다.
주요 OLED 소재로는 호스트, 도판트, 프라임, HTL 등이 있다. 호스트와 도판트는 발광층에서 실제 빛을 내는 소재며, 프라임은 도판트·호스트의 발광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HTL은 OLED의 발광을 돕는 정공수송층 공통 소재다.
덕산네오룩스는 OLED 소재 국산화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이다. OLED는 국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소재는 UDC, 듀폰, 이데미츠코산, 머크 등 외산 의존도가 높았다.
진입 장벽이 높은 소재 산업 특성상 국산화가 어려웠지만 덕산네오룩스는 자체 합성과 고순도 정제능력을 보유하면서 다수의 OLED 소재를 양산, 공급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덕산네오룩스는 증권가에서도 주목하는 기업 중 하나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 낸 리포트에서 덕산네오룩스가 하반기 강력한 실적 모멘텀을 갖췄다며 평가했다. 김찬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애플과 삼성전자 플래그쉽 모델 출시에 따른 HTL, 발광층 소재 판매량이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또 삼성디스플레이가 TV용 QD OLED 라인을 가동할 예정이기 때문에 덕산네오룩스의 HTL 주문량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덕산과 함께 주목 받는 곳은 솔루스첨단소재다. 두산솔루스가 전신인 솔루스첨단소재는 A-ETL 소재로 M11 진입에 성공했다. 앞선 M10에 이어 M11 공급권을 따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M11 소재들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발광 효율과 수명 개선 등에 방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는데, 전보다 높아진 기준에도 눈높이를 충족시켰다.
솔루스첨단소재도 덕산네오룩스와 함께 국내 손꼽히는 OLED 소재 전문 기업이다. 주력 제품인 A-ETL은 독자 특허에 힘입어 OLED 재료 시장에서 8년 연속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이 회사는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자체 개발한 HTL로 LG디스플레이 TV 공급망에 진입했다. 그동안 주로 삼성디스플레이와 거래한 솔루스는 중국과 LG디스플레이 등으로 고객사를 확장하며 성장궤도를 그리고 있다. 회사는 올해 초 약 230억원을 투자해 중국 장쑤성에 OLED 소재 공장을 착공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SFC도 관심 받는 기업 중 하나다. SFC는 일본 호도가야화학과 삼성디스플레이가 손잡은 회사다. 호도가야가 최대주주며, 삼성이 지분 투자를 했다. OLED 소재 중 청색은 개발이 가장 어려운 소재로 손꼽힌다. 적색과 녹색 대비 효율이 낮아 고효율, 장수명 특성을 동시 확보하는 것이 과제다. 개발 난도와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SFC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지속 이어나갈 가능성이 크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