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둘러싸고 정치권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법이라며 입법을 촉구하고 있지만 찬반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환자단체 등에서는 의료사고 방지와 대리수술, 성범죄를 막기 위해 수술실 내부에 CCTV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의료계는 소극적 진료와 인권,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한다.
◇발빠르게 움직이는 민주당…신중 모드 국민의힘
22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술실 CCTV 설치, 왜 필요한가?'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모두 참석했다. 수술실 CCTV 논의를 두고 당 지도부의 관심과 설치 의무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간담회에는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수술실에서 의료사고를 당했지만 입증이 어려워 지금까지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CCTV 설치 필요성을 호소했다.
의료계 대리수술과 성범죄 문제는 끊이지 않는다. 최근 인천의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간호조무사가 대리수술을 하는 장면이 그대로 공개됐다. 지난주에는 산부인과 인턴이 환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되는 일도 생겼다. 이 때문에 여론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데 찬성이 더 높다.
여권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수술실 CCTV 설치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으로 꼽았다. 반면 국민의힘은 신중론을 말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논의가 좀 더 숙성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권 대권 주자들은 CCTV 설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에 “수술실은 신성불가침의 성역이 아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수술 당사자가 원한다면 수술실 상황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며 “정상적으로 수술을 집도한 의사 입장에서도 CCTV 영상은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김두관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 앞 수술실 CCTV 의무화 1인 시위 현장을 찾아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약속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제도적 보완 장치를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한번 더 공청회를 열어 당사자인 의사협회 입장을 듣고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갖자”며 “외국처럼 의사·간호사 등의 의무와 책임을 명기하고, CCTV는 병원에 자체적으로 맡기면 좀 더 성숙된 방법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권 대선 주자인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모든 의사를 범죄인시 하고 감시 대상으로만 취급 한다면 중환자에 대한 수술 기피와 그로 인한 환자 생명권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느냐”며 “의료과실 문제는 입증책임 전환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말했다.
◇CCTV 관련법 3건, 23일 복지위 소위 논의…'의료인 면허취소법'은 법사위 계류
현재 21대 국회에는 총 3개의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김남국·안규백·신현영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했다. 김남국 의원과 안규백 의원의 개정안에는 환자나 환자 보호자 요청이 있는 경우 수술장면을 CCTV로 촬영하고 보존하는 것을 의무화한다. 안 의원은 영상 촬영뿐 아니라 '녹음' 까지 강제하도록 했다. 불법 의료행위를 근절하고 의료분쟁 발생시 적정한 해결을 도모하고자 취지다.
신현영 의원 개정안은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설치는 자율에 맡겼다. 또 CCTV 설치를 위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의료기관의 CCTV 설치비용 일부를 지원할 수 있게 했다. 영상정보를 유출하는 경우 등에는 벌칙도 부과했다.
오는 23일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린다. 앞에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 3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이 상임위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4월 열린 법안 소위에서는 관련 법안 심사가 무산됐다.
다만 지난 2월 복지위를 통과된 의료인 의사면허 취소법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복지위는 의사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의협이 이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하면 의사 총파업을 돌입하겠다고 나서는 등 강경 대응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복지위 민주당 관계자는 “중대범죄를 저지른 의료인들의 의사 면허를 박탈하는 법이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며 “수술실 CCTV법이 소위를 통과해도 법사위에 올라와 함께 논의돼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