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은행원이 국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은행 오프라인 점포 대신 전국 편의점과 결합한 '무인 융합 점포'가 상용화한다.
22일 금융·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전국 편의점 채널을 보유한 GS리테일과 세계 최초로 사람 없이 모든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AI행원'을 상용화한다.
'사람 없는 혁신점포 전환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내년에 전국 영업점으로 확대한다.
우선 신한은행은 강원도 소재 GS편의점 한 곳을 시범 점포로 선정, 테스트에 나선다. AI행원이 직접 서비스를 공급하는 '편의점 혁신점포'는 이르면 올 3분기에 처음 도입한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AI행원 점포 도입 확대를 위해 워킹그룹을 꾸려 논의하고 있다”면서 “강원도 시범 점포를 기점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편의점을 비롯해 은행 점포에도 확대 적용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과 GS리테일 AI행원 상용화는 한국 금융 채널 전환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국내 금융 환경은 핀테크 기술이 전통 금융에 도입되면서 특정 영역만 분리돼 발전하는 '언번들링'이 지속돼 왔다. 간편결제나 개인간거래(P2P), 송금 등이 단적인 예다. 그러나 이번 AI행원 프로젝트는 금융과 유통시장 내 다수 고객을 보유한 거대 기업이 종전 플랫폼을 한데 묶어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번들링'(묶음) 환경으로 전이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이종 기업이 이미 보유한 플랫폼과 채널을 묶고, 여기에 디지털 색채를 가미해서 소비자에게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금융 업무 사각지대인 격·오지나 생활 밀착 서비스에 금융을 결합한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AI행원 도입을 위해 최근 우선사업협상대상자로 AI 전문 중소기업을 선정했다.
이 업체는 입력한 텍스트에 따라 자연스럽게 말하는 AI휴먼을 구축하는 기술을 갖췄다. 실제 사람 목소리를 그대로 자연스럽게 구현하면서 최상의 음질과 실시간 합성 속도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선사업협상대상자 입찰에 여러 업체가 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삼성전자의 인공인간 '네온(NEON)'을 대고객 서비스에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최종적으로 중소기업과 손잡았다. 신한은행은 이 업체와 수백개 AI행원 도입 계약 체결을 앞둔 것으로 확인됐다.
편의점 혁신점포에는 AI행원이 등장하는 디지털 데스크와 디지털 키오스크 모두 설치된다.
디지털 데스크는 국내 처음으로 선보이는 AI행원을 탑재한 스마트브랜치 인프라다.
은행 창구 직원을 대신해 AI행원이 손님을 맞는다. 실제 딥러닝을 거쳐 사람 모습을 한 AI행원은 화면에서 고객과 상담을 진행한다. 사람 목소리를 그대로 딴 아바타는 입 모양도 인간과 일치한다.
AI행원은 고객의 송금·이체, 대출 상담, 통장 개설 등 금융 업무가 가능하도록 돕는다. 데이터 학습을 통해 추후 모든 금융 업무가 가능하도록 딥러닝을 고도화한다. AI행원과 상담에 제한이 있는 경우 사람 행원과의 영상 연결도 가능하다.
디지털 키오스크에서는 입출금, 공과금 납부, 체크카드 발급, 보안카드·임시비밀번호(OTP) 발급 등 업무를 제공한다. 국내에서 AI행원이 편의점에 적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혁신적 시도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편의점이 디지털 데스크, 디지털 키오스크 결합 AI행원만 존재하는 숍인숍 디지털 복합 플랫폼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양사는 축적한 데이터를 결합, 앞으로 전자금융업에 공동 진출하는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향후 AI행원을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에도 탑재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