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찾아가는 은행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 고객에게 먼저 찾아가고 고객을 가장 잘 파악한 금융 플랫폼만 살아남는다.”
시중은행이 오는 8월 마이데이터 시대 개막을 앞두고 '초대형 데이터뱅크'로 빠르게 진화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활용 능력 제고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마이데이터로 인해 기존 금융사의 최강점인 고객정보 확보 경쟁력의 우위가 낮아지고 금융업과 비금융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기존 은행의 역할을 넘어 '고객에게 먼저 찾아가는 은행' '고객에게 인정받는 금융 플랫폼'으로 탈바꿈한 초대형 데이터뱅크를 목표로 마이데이터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걸었다.
18일 전자신문사 주최, 금융위원회 후원 아래 온라인 생중계로 열린 '마이데이터 사업자 워킹 콘퍼런스'에서 주요 마이데이터 본허가 사업자들이 참석해 향후 전략과 방향을 공개했다.
특히 마이데이터 핵심 사업자로 꼽히는 주요 은행 마이데이터 사업 수장들은 일제히 “소수의 마이데이터 사업자만 살아남는 서바이벌이 본격화할 것”이라면서 “은행, 빅테크 기업, 핀테크 기업 간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지는 경계 융화가 이미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은행이 '초대형 데이터뱅크'로 변해야 마이데이터가 촉발한 새 디지털금융 환경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존 은행 경쟁력이 금융상품 개발·서비스였다면 마이데이터 시대 은행은 다양한 고객 데이터를 촘촘하게 수집·분석·활용하는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NH농협은행은 마이데이터로 인해 고객이 금융 채널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은행과 핀테크와 대형 커머스 간 장벽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최근 은행이 커머스 시장에 진출한 사례도 생기는 등 변화가 시작했다고 봤다.
이상래 NH농협은행 디지털금융부문장은 “마이데이터가 확산하면 고객은 '은행'이 아닌 커머스와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의 '거래 채널' 기준으로 주거래 금융 창구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면서 “금융 채널은 '기능'이 아닌 '정보·서비스 중심 플랫폼', 마케팅은 일반 대중이 아닌 '초개인화' 중심으로 각각 진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부문장은 “이 같은 변화 속에서는 이업종 간 협업이 자연스럽게 확대되고 경쟁력 있는 금융서비스 중심으로 단일 플랫폼에서 통합되는 리번들링(Rebundling)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의 명운을 가를 핵심이 '초개인화 서비스'라는 시각도 일치했다. 초개인화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은행마다 데이터 수집·분석·활용 역량을 기르고 관련 인프라를 새로 짜는 방안이 데이터뱅크 전환의 핵심 과제로 지목됐다. 마이데이터가 기존 은행 시스템을 혁신하는 촉매제가 된 것이다.
변기호 KB국민은행 마이데이터플랫폼단장은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고객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선보이는 서비스 깊이가 달라지게 된다”면서 “데이터 활용 능력을 극대화하려면 은행 내부 데이터와 외부 데이터를 유연하게 수집·분석·처리할 수 있는 확장성 높은 플랫폼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변 본부장은 이런 점을 감안해 시스템·서비스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애자일 환경, 다양한 서비스와 멀티 채널을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채널 전략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국민은행도 관련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면서 애자일 개발 방법론을 활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고객 자산정보 분석을 넘어 개인 라이프스타일 특성까지 반영한 초개인화 자산관리 서비스 제공을 마이데이터 사업 목표로 삼았다.
김혜주 신한은행 마이데이터유닛장 상무는 “은행의 기존 코어 역량인 소득·지출정보 이해·분석 능력에 더해 고객 개개인의 생활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시장 변화와 접목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추진하려 한다”면서 “목표-지출-자산관리가 계속 선순환할 수 있는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마이데이터 사업자 워킹 콘퍼런스' 강연내용(https://www.etnews.com/20210318000073)
마이데이터 사업자 워킹 콘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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