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를 총리 직속 통상대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제 통상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이를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 차관급 통상본부를 장관급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전 대표는 23일 국회 박광온·정태호·허영·홍기원·홍성국·홍기원 의원이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공동주최한 '진단, 대한민국 통상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지금은 각국이 코로나 위기극복에 여념이 없지만, 주요국의 집단면역 형성으로 코로나 탈출이 예상되는 내년부터 국제통상 질서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또 “최근의 국제통상 이슈는 외교·안보 문제와 혼재돼 가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라며 “우리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미·중 경쟁은 물론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문제 등은 단순한 통상문제를 넘어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통상이슈를 둘러싼 다양한 국내 이해관계 조정은 일개 부처 차원에서 조정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부처별 상이한 입장을 조정·조율하기 위해서는 총리실에서 통상이슈를 담당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해석이다. 국제 통상협상에 우리만 차관급 대표를 보내는 것 역시 스스로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도 장관급을 내보내고, 필요에 따라서는 총리가 힘을 실어주는 체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국제사회 규범 형성에서 주도적 역할도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각국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국제통상 무대의 승패는 결국 누가 규범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며 “개별현안 대응을 넘어 국제사회의 '규범 형성'을 주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IT강국이기에 디지털 분야 규범 제정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의 이 같은 통상정책 구상 및 대안 제시는 △세계경제 디지털경제 시대로의 전환 △세계경제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경쟁 장기화 △기후변화 문제 등 급변하는 국제통상의 최근 트렌드를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최근 G7 정상회의에서 정상들은 현행 WTO 체제의 전면적인 개혁과 함께 글로벌 최저 법인세에 합의하는 등 디지털경제 시대의 새로운 규범 형성 작업에 시동을 걸었고, 코로나19 이후 세계무역질서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국제무역에서 이미 G8 위상을 갖춘 한국도 이같은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