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신세계그룹이 물류 투자를 본격화한다. 신세계는 온라인 물류센터 확충에 1조원을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쿠팡도 뉴욕증시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 중 1조원을 들여 물류센터 건립에 나선 만큼, 양사의 물류 인프라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현재 13만건인 SSG닷컴의 일평균 처리 물량을 2025년까지 3배 늘어난 39만건 규모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4년간 1조원 이상 투자해 온라인 전용 풀필먼트센터인 '네오'를 5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수도권 3곳(용인·김포 2개)을 넘어 지방까지 확대해 전국 단위 배송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이마트는 기존에도 물류 인프라 확충을 추진해왔지만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 본격적으로 투자에 불이 붙었다. 기존 SSG닷컴 거래액(GMV)만으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쉽지 않았지만 G마켓·옥션이 가진 대량 배송 물량을 확보함으로써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이베이가 공시한 지난해 이베이코리아 거래액은 140억달러(약 15조8620억원)이다. 이마트는 기존 SSG닷컴 거래액 3조9000억원에 더해 단숨에 20조원에 달하는 e커머스 거래액을 확보하게 된다. 이를 통해 풀필먼트 가동률을 높이고 투자 효율화를 도모한다는 계산이다.
특히 이마트는 이번 인수로 이베이코리아가 보유한 동탄 스마일배송 전용 물류센터를 포함해 백암·인천센터 등 3곳도 풀필먼트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SSG닷컴 네오가 직매입 기반 신선식품에 특화돼 있다면 앞으로는 공산품도 쿠팡·네이버 등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를 통해 그간 신선식품 대비 열위였던 비식품 상품 구색도 대폭 늘린 만큼 추가 물류 투자를 통해 완성형 e커머스 모델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국 풀필먼트 인프라 구축에 나선 쿠팡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쿠팡 역시 상장을 통해 조달한 5조원 규모의 투자금 중 20%에 달하는 1조원을 물류 투자에 쏟고 있다. 지난 3월 전북 완주를 시작으로 경남 진해와 창원, 충북 청주, 부산 등 4개 지역에 1조200억원이 넘는 물류센터 투자 계획을 확정했다.
특히 쿠팡은 국가산업단지 위주로 물류센터를 넓히고 있다. 국가산단 내 지원시설용지에 입주함으로써 투자 효율화를 꾀할 수 있었다. 산업단지의 경우 상업용지가 아닌 물류지원시설로 입주할 경우 공개입찰이 아닌 조성원가로 부지를 분양받는 만큼 매입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지역자치단체 입장에서도 쿠팡 물류센터 유치로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는 50조원에 이르는 이마트와 이베이코리아의 압도적인 거래대금을 기반으로 이마트가 대규모 물류투자를 단행해 본격적인 시너지 창출과 경쟁력 향상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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