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온고지신]탄소중립 핵심 과제 '핵융합에너지'

유석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원장
유석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원장

지구 온난화, 기후변화 위기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전 지구적 과제다. 2015년 체결된 파리기후협정에 이어 2019년 UN 기후정상회의 이후 세계 각국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을 법제화하거나 정책적 목표로 속속 선언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경제·사회 구조 전반 총체적 변화와 구성원 협력이 요구된다. 그중에서도 친환경적이며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는 에너지원 개발은 근본 해결 과제다. 세계는 과학기술에서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핵융합에너지 개발이다.

핵융합에너지 특징은 특정 지역이나 조건에 한정된 자원이 아닌 바닷물을 연료로 사용하고 적극적으로 개발한 기술로 에너지를 만든다는 점이다. 석탄이나 석유, 우라늄 등 자원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며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이 지리·환경 조건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로지 바닷물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만 확보하면 안정적인 에너지 생산이 가능해진다.

1950년대부터 본격 시작된 핵융합에너지 개발은 현재 공학적 개발단계에 진입했다. 세계 핵융합 선진 7개국이 공동으로 건설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는 현재 공정률 73%를 넘기며 2025년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35년께 대용량 핵융합에너지 실증을 목표로 순조로운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ITER 장치를 이용한 실증이 완료되는 2038년께 핵융합 선도국들은 다음 단계로 실제 전력 생산을 실증하기 위한 핵융합발전소 건설을 시작한다는 로드맵을 구축하고 있다.

더 나아가 세계 핵융합 선도국들은 핵융합에너지가 지닌 미래가치와 기술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핵융합 발전을 탄소중립 중요 실행 전략으로 삼고 있다. 영국은 탄소중립 정책 실현을 위한 녹색 산업혁명 10대 계획에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포함시키고, 핵융합 전력 실증을 위한 중점계획으로 2040년까지 세계 최초 핵융합 전력 실증을 위한 핵융합 실증로(STEP)를 완공할 예정이다. 일본도 2050년 탄소중립에 따른 녹색성장 전략에서 21세기 중반까지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목표로 핵융합 연구개발 추진 계획을 공식화했다. EU 역시 탄소중립을 위한 유럽 그린 딜(Europe Green Deal)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로 ITER 사업을 채택함으로써 EU 탄소중립 전략에서 ITER 사업 중요성을 재확인한 바 있다.

미국 과학·공학·의학한림원(NASEM)은 핵융합 건설 패스트 트랙 전략 보고서를 통해 2050년 탄소배출저감 전력시스템 전환을 위해 2030~2040년 사이 핵융합 파일럿 플랜트 건설 및 전력 생산 필요성을 제시했다. 지난해 미국 에너지부(DOE) 핵융합에너지과학국(FES) 산하 자문위원회(FESAC)는 핵융합 소형 파일럿 플랜트 건설에 관한 중장기 계획을 제시하기도 했다.

중국도 핵융합에너지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2030년대 운영을 목표로 중국핵융합공학실험로(CFETR) 건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CFETR에 필요한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통합연구시설(CRAFT)에 약 60억위안(약 1조원)을 투자해 건설 중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정책과 연계하여 핵융합에너지 실증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핵융합에너지가 먼 미래를 위한 막연한 연구 대상이 아닌 탄소중립 달성과 유지를 위해 구체적인 계획과 전략을 통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필수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유석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장 sjyoo@kfe.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