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디자인 싱킹Ⅱ]<11>디지털혁신과 디자인 싱킹(1)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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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에 이어 코로나19라는 파고를 거쳐 메타버스라는 현실을 대체하는 가상의 공간을 연결하며 새로운 일상을 마주했다. 이처럼 '대변혁'이라는 단어로 대변되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여러 흐름 속에서 이를 연결하는 하나의 단어를 찾는다면 바로 디지털 전환이 아닌가 싶다.

이른바 '디지털 혁신' 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DX(Digital Transformation)'라고도 불리는 이 용어는 이미 산업계에서 10년을 넘게 통용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산업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을 논하며 'DX 연대'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글로벌 주요 기업 경영진 역시 주요 전략 중 하나로 '디지털 전환 전략'을 손꼽는다.

또한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따르면 전 세계 522명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디지털 전환 전략 중요성에 대한 요구가 사상 최대치인 95%로 증가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디지털 전환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인간중심의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인 디자인 싱킹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첫 번째로 디지털 전환의 주체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요구(need)와 욕구(want)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사전적으로는 '디지털 기술을 사회 전반에 적용하여 전통적인 사회 구조를 혁신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구글은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고객, 직원, 파트너와의 관계를 재정비하고 재정립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IBM은 기업가치연구소 보고서를 통해 '기업이 디지털과 물리적인 요소를 통합해 사업 모델을 변화시키고, 산업에 새로운 방향을 정립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몇 가지 예시만 봐도 디지털 전환의 주체는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조직 또는 기업을 의미함을 알 수 있다. 즉 디지털 혁신은 단순히 우리의 생활을 변화시킨다고 생각되는 디지털과 연관된 특정 제품이나 솔루션이 아니라 기업 전체의 변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19를 통해 디지털 전환에 신속하고 성공적으로 대응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과의 격차를 보여주면서 그 결과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또한,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은 최근 시공간의 개념을 넘어 오프라인에서 할 수 없는 상황을 현실에 대입하는 메타버스로 연결되면서 기존 산업과 협업하며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형태로 가속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요구와 욕구는 무엇인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조사에서는 그동안 글로벌 경영진이 디지털 전환을 위한 1순위 목표로 수익성과 생산성(35%)을 손꼽았다고 한다. 그러나 2021년에는 연속성과 회복탄력성이 38%를 차지하며 순위가 바뀌었다. 즉 기업의 관점이 이익에서 회복력으로 전환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그동안 영리적 이익을 중심으로 혁신과 성장만을 위해 달려온 기업의 요구가 욕구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술이 가속화되면서, 언제 어떻게 불어 닥칠지 모르는 새로운 변화와 재난의 상황 앞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의 요구가 욕구로까지 전환되며 회복탄력성을 가진 조직을 더욱 원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보유한 기업이라도 오랫동안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빠르게 대응하고 변화할 수 있는 민첩성, 즉 적응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모두가 공감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이 시대에 필요한 이니셔티브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보여준다.

지난 10여년 간 통용된 디지털 전환에 대해 이제야 기업의 경영진이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됐다는 점, 즉 시장의 요구에 함께 공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디자인 싱킹으로 바라보는 디지털 전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이다.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