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던 4세대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이 예정대로 7월 출시된다. 손해율 악화로 다수 보험사가 판매를 중단하면서 의료공백 논란이 일고 있는 데다 보험료 인상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면서 안팎으로 논란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29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직전년도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최대 300% 오르는 4세대 실손보험이 7월 1일부터 판매된다고 밝혔다.
4세대 실손보험은 암 관련 질환과 선천성 뇌질환 등 최근 사회환경 변화 등으로 늘어나는 질환에 대한 보장은 확대했다. 그러나 도수치료와 영양제 등 보험금 누수 논란이 제기된 일부 비급여는 앞으로 이용이 제한되는 것이 특징이다.
국민 약 75%(39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불리지만, 최근 과도한 의료행위로 손해율이 130%를 상회하는 등 지속적으로 악화하면서 금융당국이 상품 개편에 나선 것이다. 손해율 130%라는 것은 보험계약자가 보험료 10만원을 내면 보험사는 보험금으로 13만원을 돌려준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우선 과도한 의료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보험료 차등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보험료 차등제는 직전 1년간 비급여 지급보험금에 따라 5등급으로 구분해 최대 300% 보험료가 할증하는 것이 골자다. 반대로 비급여 항목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보험료 5%가 할인된다. 금융당국은 차등제에 따른 할인·할증의 경우 충분한 통계확보 등을 위해 4세대 실손보험 출시 후 3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적용된다.
보험사가 소비자 보장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지속적이고 충분한 치료가 필요한 의료취약계층의 경우 암질환 등 중증질환 치료를 위해 신의료기술 등 다양한 비급여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험료 차등 적용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실손보험 재가입 주기는 현행 15년에서 5년으로 축소된다. 실손보험의 경우 한 번 가입하면 새로운 구조 상품이 나오더라도 15년 동안 보장 내용이나 자기부담률 등을 바꿀 수 없었다. 해외에서는 통상 1년마다 재가입한다는 점을 고려해 과도하게 길다는 지적이 많았다. 금융당국은 건강보험정책 등 의료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재가입주기를 현행보다 단축하기로 했다.
최근 보험사와 갈등을 겪던 '현행 무사고 할인제도'는 유지된다. 보험사들이 한시적으로 적용하던 해당 특약을 4세대에선 제외하려고 했지만, 금융당국이 유지권고를 내리면서 이를 받아 들인 것이다.
앞서 보험사들은 과거 3세대 실손보험료 인상 논란이 커지자 당시 판매 중인 실손보험에 대해 보험료를 인하하는 내용의 특약을 1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한 바 있다. 해당 특약은 지난해 말에 종료됐어야 하지만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4세대 실손보험도 2년간 비급여 보험금 미수령시 비급여 차등에 따른 할인과 무사고 할인을 중복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소비자 선택권은 축소됐다. 4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동양생명에 이어 ABL생명도 전날 실손보험 판매 중단을 선언하면서 총 15개사(손보 10개사, 생보 5개사)만 판매하게 됐다. 이는 실손보험 등에 발생하는 과도한 손해율 등 이유로 중소형 보험사들이 대서 판매를 포기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판매 중단을 선언한 것은 실손보험이 처한 현실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보건당국과 협력체계도 강화해 과잉의료 방지 등을 통해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지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