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북한 해킹으로 인한 한국형 전투기 KF-21 설계도면 유출 가능성을 지적했다. KF-21은 KFX 사업이란 이름으로 설계에서부터 생산까지 우리 손으로 만든 최초의 전투기다. 지난 4월 9일 시제 1호기 출고식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기도 했었다.
하 의원은 30일 “지난 5월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이어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내부시스템이 해킹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방위사업청이 KAI의 해킹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해킹의 수준 등 관련 구체적인 사항은 '조사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 의원은 KAI가 KFX 시리즈를 생산하는 기관인 만큼 이번 해킹이 KF-21의 설계도면 탈취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F-21은 우리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로 내년 시험비행을 거쳐 2020년대 중반 전력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해킹은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비슷한 시기 이뤄졌다는 점에서 동일범인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커 조직 '킴수키(kimsuky)'의 소행이 유력시되고 있다. 하 의원실이 한국원자력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공격자 IP를 보안전문가들이 분석한 결과 '킴수키'가 지난해 코로나 백신 제약회사를 공격했던 북한 해커 서버로 연결된 것을 확인한 바 있다.
하 의원은 이번 해킹 사태와 관련 국정원의 책임을 추궁하고 나섰다. 그는 “국정원은 최근 북한 해킹 사건의 전모와 피해 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며 “그동안 북한의 해킹을 감추어 온 행태는 국정원 본연의 직무를 유기한 것으로 박지원 원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하 의원은 그동안 국정원에게 지속적으로 북한 해킹 실태와 수법을 포함한 전모를 공개할 것을 요구해 왔었다. 반면 국정원은 비밀주의로 일관, 북한의 해킹 실태와 그 전모를 밝힌 적이 없다고 하 의원실은 지적했다. 하 의원은 지난 2월 국정원의 북한 해킹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북한해킹정보공개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한편, 하 의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 국정원 개혁을 대선 출마 공약에 포함시킨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 의원은 “국정원장이 안보는 소홀히 하고 '밤의 통일부장관' 행세하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국정원장이 대북 밀사로 통일외교 정책에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정보기관 본분에 충실하도록 하는 것이 차기 대통령의 개혁과제”라고 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